올림픽에 밀린 북경오리구이

  • 입력 2002년 9월 5일 14시 36분


중국 베이징(北京) 요리의 대명사인 '베이징 카오야(구운 오리고기)'의 진미를 앞으로는 맛보기 힘들게 됐다.

베이징 환경국이 2008년 올림픽을 '환경올림픽'으로 치른다면서 내놓은 대기오염 방지책의 불똥이 오리고기 요리점에도 튀었기 때문. 오리고기 요리는 복숭아나 배 나무 등 과실수의 목재로 오리를 서서히 구워야 제 맛이 나는데 심한 연기 때문에 대기오염 규제 대상이 된 것.

베이징시는 세계적인 매연도시라는 악명을 벗어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식당의 매연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위반업소에 대해 대대적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의 오리고기 요리점들은 과실수에 의한 전통 요리법을 포기하고 가스나 전기로 오리고기를 굽고 있다.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징 카오야의 대표적 요리점인 '취안취더(全聚德)'도 얼마전부터 가스로 바꿨다.

이 때문에 베이징의 오리고기 애호가들은 "올림픽도 좋지만 베이징의 입맛을 잃게 됐다"고 불만이다.

베이징시측은 "매연배출 기준을 지키라고 했을 뿐 전통 요리법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요리점들은 "설비 투자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고개를 가로젖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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