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일본TV읽기]한국 방송의 日 프로 베끼기 여전

입력 2001-03-12 18:36수정 2009-09-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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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다녀 온 일본인 친구가 내게 기가 막힌 얘기를 했다.

“아직도 계속 베끼고 있어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얼마나 똑같은지 사람만 틀리고 구성이나 진행 방법이 일본 TV 프로그램 복사판 같았어요.”

그래서 무슨 프로그램을 봤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일주일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무심코 TV를 보다가, 일본 프로와 너무 비슷한 게 많아 저녁마다 일부러 TV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도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설마 했다는 것이었다.

“SBS <이홍렬쇼>의 ‘참참참’ 코너는 일본의 코미디언 삼마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너무도 흡사해요. 초대 게스트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토크쇼를 진행하다가 게임에 지면 그 벌칙으로 술을 마시게 하는 삼마와 방망이로 머리를 때려 벌을 주는 ‘참참참’ 코너는 형식만 약간 다른 것 같아요.

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게릴라 콘서트’는 전에 보이지 않던 PD 모습까지 나오는 것이 일본의 <전파소년>을 옮겼고, 진행 방법은 물론 제목까지 비슷한 ‘소꼬가 시리다이(그것이 알고 싶다)’는 아직도 계속 방송하고 있더라구요. ”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KBS―TV의 <전국노래자랑>도 NHK―TV의 <노도지만(노래자랑)>과 유사하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지능적으로 베끼는 것 같다고 아예 심층 분석까지 곁들였다.

같은 이야기를 최근 한국에 다녀온 유학생 부부에게 했더니 그들은 한 술 더 떴다.

“오락 프로 뿐만 아니예요. TV 광고도 비슷한 게 많아요. 게다가 요즘은 오자키 유타카의 ‘아이 러브 유’를 한국 가수 ‘포지션’이 리메이크 해 불러 인기를 크게 얻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포지션’이 노래만 리메이크한 게 아니고 오자키의 창법이나 감정 이입까지도 그대로 흉내냈다고 해서 유학생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요.”

원래 오자키는 염세주의자로, 삶의 질곡을 담은 슬픈 멜로디와 흐느끼는 창법으로 유명한 가수다. 때문에 팬들은 그가 죽은 지 10여년이 다 됐는데도 자살이냐 타살이냐의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해마다 추모 음악회를 열고 있다.

한국 방송과 가요의 ‘일본 베끼기’는 ‘창조의 시작은 모방’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실제로 많은 PD와 개그맨들이 걸핏하면 일본으로 와서 호텔방이나 유학생의 집에서 며칠간 대량으로 일본 오락 프로그램을 녹화해 간다. 어떤 PD는 유학생에게 수고비를 주고 녹화를 부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민방 TV를 볼 수 있는 부산으로 녹화를 위해 주말마다 오는 PD도 있다고 한다.

사실 한국의 방송 뿐만아니라 만화 잡지 게임 패션 등에서 일본을 흉내내지 않은 곳이 없다.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CESA)가 3월말 마련하는 <도쿄 게임쇼>에 한국 오락게임 제작업체의 참가를 거부한 것도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최측의 설명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재일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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