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일본TV읽기] 신년 일본 방송에 분 '한국붐'

입력 2001-01-08 18:48수정 2009-09-21 11: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작은 다리를 만들다>의
김지수

지난 주 일본 TV에서는 유난히 한국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특집 드라마가 TV아사히에서 방영되었고, 3일에는 한일 공동 축구팀의 경기가 일본 국민들을 TV 앞에 붙잡아 놓았다. 그런가 하면 7일 밤 9시부터 TBS―TV에서 한일합작 드라마 ‘작은 다리를 만들다’를 방영하고 있다. 김지수가 출연한 이 드라마는 한일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설계 회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시마다는 한국의 ‘영종대교’ 공사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귀국한 상사를 대신해 한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일본 여성의 연인인 한국 남성과 미묘한 갈등을 빚고 한국 여성인 김지수와 애틋한 사랑도 나눈다.

‘작은 다리를 만들다’는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줄거리로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의 애드벌룬임을 은연 중에 내비치고 있다.

일본 방송에서는 한국과 관련해 현재까지 역사성 짙은 한일간의 단막극이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간혹 선보여 왔다. 그러나 ‘작은 다리를 만들다’처럼 멜로 드라마의 스타일로 양국의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서편제>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 <텔미썸싱> <박하사탕> 등 한국의 영화가 잇달아 일본에서 히트하면서 한국 영화배우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일본 안방까지 한국의 탤런트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NHK TV는 조만간 윤손하가 출연한 드라마도 방영할 예정이다.

이렇듯 최근들어 한국 관련 프로그램이나 특집이 각 방송마다 경쟁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 한국 관광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

일류 호텔에 머물며 동대문 시장에 나가 쇼핑하고, 한국식 때밀이로 기분 전환한 뒤, 갈비뜯고 돌솥비빔밥으로 포만감을 채운 다음, 귀국할 때는 김치와 김을 한아름 사 가지고 오는 3∼4만엔(30만∼40만원)대의 2박 3일짜리 한국 투어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한국 관광 특집은 일주일에 한번이 모자랄만큼 자주 방송되었었다.

한국 관광 특집에 이어 일본 TV에 빈번하게 등장한 것이 일본보다 한참 앞서 있는 한국의 IT 산업이다. 특히 일본에 없는 한국식 PC방은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왜냐하면 일본은 아직까지 인터넷 전용선(ADSL:고속통신) 설비가 미미하고, 신청해도 두 달이 걸린다. 게다가 개인이 깔려면 20∼30만엔(200만∼300만원)이 넘는 고비용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 IT산업의 발전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방송사들은 이런 시청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한국의 벤처산업, 특히 고속회선 사용에 대한 한국 인터넷 현황을 현지 특집으로 취재하여 방송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2001년 새해 들어 와서는 한일 합작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한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일본내 ‘한국 붐’이 조성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합작 드라마들은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다시 한국 붐에 대비하기 위한 일본 방송사들의 전초전인지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재일 르포작가)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