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국정기본틀 다시 짜야"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4일 귀국하면서 김대통령이 오슬로행 비행기 트랩에 오를 때 약속한 ‘국민이 바라는 국정개혁’에 여론과 정치권의 이목이 다시 쏠리고 있다.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할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김대통령의 국정개혁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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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연말 또는 연초에 단행될 김대통령의 국정개혁은 단순히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의 몇몇 인물들을 바꾸는 협의의 당정개편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본 틀을 다시 짠다는 심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우선 김대통령이 ‘언행(言行)일치’의 리더십을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소수 여당의 한계나 실기(失期)의 탓도 크지만 인사는 물론 국회운영, 공공부문 개혁 등에 있어서 말이 앞서거나 말한 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안들이 너무 많고 이것이 곧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의 노규형(盧圭亨)대표는 “현재의 위기상황은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압도해 나가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헌법학자인 연세대 허영(許營)교수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의 박금성(朴金成)전서울경찰청장 인사파문이나 검찰총장 탄핵안 실력저지의 과정을 보면 위기의 진원이 김대통령의 ‘언행불일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날 기념식사에서 공정인사를 다짐하고도 불과 한달여 만에 ‘호남일색’의 경찰수뇌부 인사를 단행하고 국회법 준수를 거듭 강조하고도 탄핵안 표결처리를 저지하는 식의 ‘말 따로, 행동 따로’는 안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김대통령이 △초당적 위치에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대하고 △모든 것을 혼자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에서 벗어나 분권적 국정운영체제를 확립하고 △가신그룹을 배척할 때 국민은 비로소 언행일치의 리더십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말 그대로 ‘국민이 바라는 국정개혁’이라면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는 자세로 리더십의 근본문제를 성찰할 것 △가신정치의 적폐를 척결할 것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할 것 △검찰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것 등 한나라당이 제시한 국정쇄신안도 경청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만에 하나 남북정상회담이나 노벨상 수상의 ‘전시효과’에 집착하거나 도취돼서는 안 된다는 고언(苦言)도 적지 않다.

R&R의 노대표는 이를 깃발 주위에 일시적으로 군중이 모여드는 ‘랠리 어라운드 플래그(Rally around flag) 효과’로 설명하면서 인기보다는 경기 물가 고용 교육 등 구체적인 민생문제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은 ‘국민 따로, 대통령 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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