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임무 완수!<미션 임파서블 2>제작기

입력 2000-06-15 11:55수정 2009-09-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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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이즈 와이드 셧> 촬영을 위해 런던에 머물고 있던 톰 크루즈는 전화 한 통을 걸었다. <페이스 오프>를 마치고 TV 시리즈를 찍고 있던 감독 오우삼에게 건 전화였다. 그는 오우삼에게 자신이 제작하는 <미션 임파서블 2>의 연출을 부탁했다.

톰 크루즈는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한 <미션 임파서블>의 복잡한 스토리 대신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원했고, 주윤발을 신화로 만들었던 오우삼은 그 희망에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감독이었다. "전편의 인물과 구성을 답습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속편을 찍을 계획이 없었던 오우삼은 자신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톰 크루즈에게 설득당했다. 그것이 1억 달러가 넘는 대작 <미션 임파서블 2>의 시작이었다.

▼전편과 전혀 다른 속편▼

오우삼은 <미션 임파서블>을 좋아하면서도 그 영화가 자신에게는 "너무 차갑다"고 느꼈다. 오우삼이 "컴퓨터, 컴퓨터, 컴퓨터…."라고 표현하는 <미션 임파서블>은 그가 찍을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했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 혹은 적으로 마주섰지만 그 순수함만은 함께 나눌 수 있는 두 남자. 이것이 오우삼의 영화였다. 그러므로 그는 "더 많은 인간성"을 집어 넣기를 원했고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요구했다. 톰 크루즈로서는 거절할 까닭이 없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그런 영웅이 되고 싶었다. <미션 임파서블>을 그 자신의 시리즈물로 가져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영웅 이단 헌트였기 때문이다. <페이스 오프>를 좋아했던 톰 크루즈는 오우삼이 이단 헌트에게 힘과 실패와 충돌하는 남성성을 모두 불어 넣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사실 <페이스 오프>는 액션 영화치고 "너무 감정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제작사의 우려를 샀던 작품이었던 것이다.

또 오우삼은 항상 로맨스를 추구하는 감독이기도 했다. "스파이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 그들은 여자를 희생물로 삼을 뿐이다. 그러나 이단 헌트는 달라야 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다". 이단이 사랑하는 국제적인 보석 도둑 니아(탠디 뉴튼)는 그렇게 창조된 캐릭터였다.

죽은 아걸의 복수를 위해 사지로 뛰어 드는 세 남자의 모습보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며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죽어 가던 아걸의 모습이 더 잊혀지지 않는 <영웅본색 2>처럼, 오우삼은 호박색 피부가 빛나는 탠디 뉴튼과 톰 크루즈의 로맨스가 액션에 필연을 부여하기를 원했다. 톰 크루즈 역시 여자들을 이용하기만 하는 제임스 본드보다는 인간적인 체취가 묻어나는 오우삼의 설정을 옹호했다.

그러나 죽이 잘 맞았던 이 두 사람의 시도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NN'의 폴 클린턴은 "톰 크루즈와 탠디 뉴튼 사이에서는 어떤 화학 반응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Salon.com의 찰스 테일러 역시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액션영화" <미션 임파서블 2> 대신 오우삼의 옛 홍콩 영화들을 그리워했다.

"이 영화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편을 향한 향수를 자극할 뿐이다"라는 평도 있었다. 이러한 혹평들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찬사가 있다면 액션영화의 장인 오우삼을 인정하는 언급들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지는 "세심하게 설계된 액션신"을 칭송했고 폴 클린턴도 "보기에는 즐겁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오우삼이 촬영장에서 전권을 행사하려는 제작자 톰 크루즈를 넘어 자신의 표식을 영화에 새기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말썽 많던 촬영장▼

감독과 배우, 제작자, 그 밖에 다른 스탭들이 모두 모였다 해도 시나리오가 없다면 영화를 찍을 수 없는 일이다. <미션 임파서블 2>는 이 전제를 뒤집었다. <딥 임팩트>의 마이클 톨킨과 <앱솔루트 파워>의 윌리엄 골드만이 모두 해고된 후 촬영장에 도착한 로버트 타우니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차이나 타운> <샴푸>의 작가이며 아카데미를 수상한 작가 로버트 타우니는 이제껏 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오우삼은 이미 대여섯 개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타우니가 할 일은 시나리오 한 편을 새로 쓰면서 그 사이에 오우삼의 액션신들을 집어 넣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약간은 재미있어 하기도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지만 "시나리오 때문에 형편없는 영화가 나왔다는 말을 듣게 될 까봐"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는 대사 위주의 영화를 주로 작업해 온 작가였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의 상사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가 "헌트, 이것은 어려운 임무가 아니야. 불가능한 임무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위트있는 대사가 <미션 임파서블 2>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미션 임파서블 2>는 "뻔하고 낯익으면서 앞뒤도 안 맞는 구성"을 가진 영화가 되었다. 물론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톰 크루즈와 오우삼은 영화의 처음을 여는 암벽 등반 장면과 헬리콥터 낙하 장면을 함께 고집했다. 촬영장의 전 스탭들이 의미없는 장면이라고 말렸는데도. 스탭들은 촬영지인 호주와 유타주의 악천후에 지치고 이 독단적인 두 사람에게도 넌더리를 냈다.

이 두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는 기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우삼은 나무랄 데 없는 액션 장면을 완성했다. 그는 오토바이 추격신을 무술 장면처럼 안무해 냈고 비둘기가 날아 오르는 장면을 환상적으로 연출하면서 절정의 완급을 조절했다.

홍콩 시절에 비하면 형편없이 떨어지는 영화지만 그는 "장 클로드 반담을 영화배우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든" 영화 <하드타겟>의 감독이다. 액션영화에 관해서라면 그는 못할 것이 없었다. 모든 배우가 서로 총을 겨누는 <저수지의 개들>의 유명한 끝장면도, 공중을 휘저으며 격투를 벌이는 <매트릭스>의 슬로우 모션도 모두 오우삼의 영화를 참조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미스터 쇼비즈'와 인터뷰를 하던 오우삼은 편집실로 돌아가고 싶어 조바심을 냈다. 그 시각에 톰 크루즈가 편집실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특수효과 없이도 사막을 마음대로 주물렀던 오우삼으로부터 <브로큰 애로우>를 빼앗아 갔었다. <브로큰 애로우>의 성공으로 오우삼은 <페이스 오프>를 찍으면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이번 영화의 제작자는 그가 상대하기에 너무 큰 거물이었다. 그는 톰 크루즈가 영화를 어떻게 변형시킬지 항상 신경을 썼다.

<미션 임파서블 2>가 흥행에 불리한 R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 대신 13세 미만 부모 동반 관람가인 PG-13 등급 영화가 된 것에 대해서도 소문이 많았다. 오우삼은 '헤모글로빈의 시인' 쿠엔틴 타란티노가 우상처럼 숭배한 감독이다. 그는 은근한 불빛 아래에서 탠디 뉴튼의 누드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오우삼 자신은 "처음부터 PG-13 등급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동의했다. 이제 수위를 조절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소문을 부인하지만, 그는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간 <첩혈속집>을 감독한 사람이다. 160일의 촬영 기간 동안 1억 달러가 넘는 예산과 광활한 호주의 사막, 세계 최고의 스타를 소유했던 오우삼이 정말 여기까지만 욕심을 냈을까? 99년으로 예상했던 <미션 임파서블 2>의 개봉이 2000년으로 한없이 늦추어진 것도 오우삼을 압박했을 것이다.

결국 톰 크루즈는 소원대로 권총을 난사하는 액션 배우가 되었고 오우삼은 풍부한 자본과 물량으로 최고의 액션을 구사했다. 그러나 무수한 죽음을 한 편의 시처럼 여백 풍부한 영상으로 옮겨 놓은 <첩혈쌍웅>은 이제 그만 잊어야 할 듯하다.

▼톰 크루즈와 오우삼▼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감독이 만났을 때 서로 불꽃이 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불꽃이 영화를 파탄으로 몰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 더 관심을 가지는 오우삼은 다행히도 배우로부터 영감을 얻는 사람이었다. 액션의 속도를 한순간 늦추었다가 다시 호흡 빠르게 몰아가며 오페라같은 액션 장면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배우에 따라 카메라의 촬영 속도를 조절한다.

그는 "댄서처럼 움직이는" 존 트라볼타에게 초당 96프레임을, "발레하듯 보이게 하고 싶었던" 니콜라스 케이지에게는 초당 60프레임과 96프레임을 번갈아 부여했다. 보통 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 카메라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배우의 움직임은 느리게 보이고, 그럴 만한 자질만 있다면 더 우아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톰 크루즈에게 부여한 속도는 주윤발과 같은 초당 120프레임이었다. 톰 크루즈는 비감어린 바바리 자락을 펄럭이던 '영웅' 주윤발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오우삼이 이단 헌트의 캐릭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도 톰 크루즈와 대화를 나눈 후였다. 그는 톰 크루즈가 이성적이고 야심만만한 영화 속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와 달리, 톰 크루즈는 잘 웃었다. 보다 따뜻하고 보다 인간적인 이단 헌트는 이 두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고집을 부리기는 했지만, 톰 크루즈도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는 스턴트맨을 거의 쓰지 않았다. 영화의 95%를 직접 연기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그가 벼랑에 매달려 있는 영화의 오프닝이다. 감독 오우삼과 스탭들, 촬영을 보러 온 톰 크루즈의 어머니까지 기겁하며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톰 크루즈는 줄 하나에 몸을 매단 채 2000피트 높이의 벼랑에 올라갔다.

그 장면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렸던 오우삼에게는 그 보다 더한 고역이 없었겠지만 톰 크루즈는 영화에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관객은 출연과 제작의 대가로 7천 5백만 달러를 챙긴 이 대스타가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위험한 장소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것이었다.

악당 앰브로즈를 연기한 배우 더그레이 스콧도 몸을 바쳤다. <미션 임파서블 2>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오토바이 추격신을 찍던 중 스콧은 오토바이에서 추락했다. 촬영이 끝난 후 그는 "단지 긁혔을 뿐"이라며 사고를 축소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목을 심하게 다쳤고 촬영은 한 동안 중단됐다. 예산과 촬영 일수가 자꾸 예상을 넘어 서고 있었으므로, 이 사고는 악재 중의 악재였다. 그러나 배우의 열정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평단의 반응과 관계없이 <미션 임파서블 2>의 감독과 배우들, 고립된 지역에서 시달린 스탭들은 모두 최선을 다한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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