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카키바라 前재무관 국제금융비화 공개]

입력 1999-08-09 19:44수정 2009-09-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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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편입되기 2개월 전인 97년9월부터 국제 단기투자자본(헤지펀드)이 ‘한국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스터 엔’으로도 불리다 지난달 재무관에서 물러난 사카키바라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기고한 ‘국제자금의 공방’이라는 회상기에서 97, 98년의 국제금융시장 비화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9, 10월은 세계경제가 대공황 일보직전까지 간 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소로스의 한국공격 통고〓97년9, 10월만 해도 일본은 헤지펀드의 주요 공격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이 명확한 공격목표가 된 것은 야마이치(山一)증권 등이 연쇄파산한 97년11월이었다. 97년 9월22일 홍콩에서 조지 소로스와 만나 아시아위기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다음 공격목표는 한국”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해 나는 경악했다. 그는 “한국의 은행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융자총액이 가장 많고 그것도 단기 달러화 융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로스는 물론 다른 헤지펀드도 그때 한국공격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당시 한국정부는 물론 많은 시장참가자도 위기가 한국에까지 파급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경제위기를 태국같은 개도국의 일로만 여겼다.

▽위험했던 브라질 경제위기〓작년 9월14일 런던에서 열린 재무장관 대리회담에서 서머스로부터 한장의 메모를 받았다. “에이스케, 지금 세계는 지옥에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러시아에 이은 브라질 외환위기가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특히 위기가 중남미로 확대되면 브라질 등에 대출액이 많은 미국증시는 바로 붕괴될 상황이었다. 아시아적 시스템의 구조개혁을 촉구해온 미국의 정책에도 이때부터 큰 변화가 나타났다. “채무초과 은행을 빨리 파탄시켜 은행의 구조개혁을 신속히 하라”고 주장해온 미국이 9월4일 미일 재무장관회담을 계기로 “파탄전에 재생가능한 은행에 빨리 공공자금을 투입하라”고 선회했다. 일본도 이때 전후 최악의 경제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나는 해외에서도 정계 재계 언론계지인에게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어 세계적 위기상황과 은행에 대한 공공자금 투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일본 여야는 임시국회 폐회 직전인 10월16일 60조엔의 공공자금 투입을 골자로 하는 은행 조기건전화법을 통과시켰다. 그린스펀은 11월14일 “세계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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