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型 탤런트' 김희선…신세대 우상으로

입력 1999-08-08 18:26수정 2009-09-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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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녹화현장. 모처럼 출연한 김희선(23)에게 연출자 박해선PD는 노래까지 뽑아낼 욕심을 냈다

“희선아, 노래 하나 해볼래.”

(곧바로)“엄정화의 ‘몰라’할께요.”

“최신곡인데…. 춤도 출래.”

(망설임없이)“정화언니 백댄서팀 그대로 붙여줘요.”

김희선은 별 연습도 않고 무대에 오르더니 마치 나이트클럽에서 방금 건져올린 무희처럼 춤추며 노래해 방청석을 달구었다.

7일 방영된 이 장면은 요즘 최절정기를 구가하는 김희선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대목.

그의 마력은 구김살없이 밝은 모습과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 정도의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3일 방송된 KBS2 ‘서세원쇼’에서는 “ 영화‘자귀모’에 이성재 차승원과의 키스신이 나오는데 누가 더 부드럽더냐”는 MC의 질문에 “이성재씨가 부드러울 것 같죠? 말도 마세요. 키스신 찍고나면 입 전체가 침으로 범벅되서…”하고 깔깔대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제작진을 당혹시키기도 했다.

MBC의 한 중견 오락PD는 김희선이 누리고 있는 ‘퀸’의 이미지가 불과 몇년전 같은 자리의 최진실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그때만 해도 ‘가난을 딛고선 수제비 신데렐라’ 같은, 스타가 되기까지 나름의 사연도 있고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김희선은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

“고2때부터 ‘춘향전’으로 주목받기 시작, 고교생 최초의 가요프로MC를 맡을 만큼 항상 최고였는데 무슨 고민이나 사연이 있겠어요.”

그래서 김희선은 소위 ‘짱’(10대들 사이에서 모든 방면에서 최고라는 의미로 사용됨)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 방송가의 중론. SBS의 한 부장급PD는 “김희선의 매력은 성격 외모 연기력 등 항목 별로 떼어낼 수 없고 한 덩어리로 보아야한다”고 설명한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최소한 30%이상이고, 드라마에서 보여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패션은 곧장 유행상품으로 연결되며, 각종 인기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김희선처럼 카멜레온의 이미지를 지닌 연예인도 없다. 청순미의 심은하, 세련미의 고소영, 섹시한 엄정화 식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드라마 ‘미스터 Q’ ‘토마토’ 등 드라마에서는 착하고 청순가련하며 남자에게 순종적인 여성상을,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는 따따부따 하고싶은 말을 다하는 X세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맡은 역에 따라 표변할 뿐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가식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복합적, 멀티미디어형 탤런트다.

굴곡없이 성장, 남을 의식하지 않는 탓에 “버릇없다” “럭비공이다”는 말을 듣는 것도 사실. 드라마 ‘토마토’ 쫑파티때는 연락도 없이 40분이나 늦게 나타나 윤세영SBS회장까지 기다리게 만들며 담당PD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94년 ‘춘향전’의 주인공으로 김희선을 발탁한 최상식 KBS드라마국장의 말. “처음 봤을 때 예사롭지 않은 폭발적 에너지를 느꼈다. 당시 곧은 절개를 지닌 요조숙녀형이 아니라 20세기말에 걸맞는 신세대 여성상의 춘향을 찾았고 그 이미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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