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지정 大生 앞길]정상화 실패땐 '밑빠진 독'

입력 1999-08-06 19:05수정 2009-09-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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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동안 3차례의 입찰을 거치면서 질질 끌어왔던 대한생명의 처리가 결국 국내 제1호 국유보험사의 탄생으로 막을 내렸다.

대생 최순영(崔淳永)회장이 미국의 파나콤사를 내세워 독자회생을 모색했으나 정부는 대생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주식 전량의 소각을 명령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막판뒤집기’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공적자금 투입 배경〓정부는 매각협상을 더이상 끌다가는 정상화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 공적자금 투입이란 극약처방을 내렸다.

금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5만7089명에 달했던 대생의 보험모집인은 6월말까지 평균 8567명이 빠져나가 영업조직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보험계약해지율이 위험수위까지 높아졌다.

특히 매각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최회장이 막판까지 경영권에 집착한 것도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위 이종구(李鍾九)국장은 “그동안 세계의 ‘트리블A’의 신용을 지닌 세계의 보험사와 모두 접촉했지만 부실규모가 워낙 크고 최회장이 법적으로 문제를 걸고 나올 것을 우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3차 입찰에서도 정부가 은근히 인수를 희망했던 미국 AIG사는 인수금액은 맞췄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세워 탈락했다.

▽향후 진로〓14일이 지나면 대생의 현재 임원 및 경영진은 대부분 물러나야 한다. 금감위는 최회장과 대생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차단한 다음 ‘경영자선정위원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이어 대생 계열사의 정리에 나선다는 계획.

그러나 정부의 생각처럼 최대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넣고도 경영정상화가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4차례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처럼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

부실 계열사 정리는 대생 부실대출금 회수작업부터 시작된다. 계열사중 가장 건실한 신동아화재는 인수를 노리는 곳이 많아 매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감위는 대생이 정상화되는 2∼3년 뒤에나 제삼자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중에 원매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매각협상을 벌일 방침.

이와 관련 입찰참여를 중도에 포기했던 LG그룹의 향후 대응이 관심. 정부로서도 최근 5대 그룹 생보업진출을 허가한 상태에서 LG가 적당한 조건을 제시하며 인수의사를 밝힐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응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대생과 파나콤의 대응 전망〓금감위 이국장은 “최순영회장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회장의 대리인격인 파나콤측은 자금동원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뉴저지주 재무성 등 유력기관의 추천서까지 제시했지만 정부가 끝내 유찰시켜 정부의 매각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파나콤 국내 에이전트인 세보코리아 관계자는 “성의껏 협상에 임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묵살한 것에 대해 본사가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며 “적어도 대생 인수를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책임 추궁〓정부는 5대 부실생보사의 대주주들에게 사재출연 등을 통해 부실의 책임을 추궁한 것처럼 최회장 등 주주들에게도 끝까지 경영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회장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숨겨진 재산을 찾아서라도 구상권 행사를 할 방침.

금감위 정채웅(鄭埰雄)과장은 “최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거의 부실 계열사의 것이라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며 “은닉재산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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