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랜덜프 네스·조지 윌리엄즈 지음/최재천 옮김/사이언스북스/396쪽 1만3000원▼

‘인간은 모두 환자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환자가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훌륭한 환자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책은 이같이 당혹스러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진화론의 시각으로 인간의 질병을 바라보면서 답을 찾아나간다. 바로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진화의학(다윈의학)’이다. 그 진화의학을 소개한 자연과학서.

저자는 미국 진화의학의 창시자이자 미시건대 의대교수인 랜덜프 네스와 동물학자이자 퀸즈대교수인 조지 윌리엄즈. 원서는 95년 발간돼 미국 의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의학은 질병이 신체의 어떤 기능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진화의학은 질병을 가져온 인간의 진화적 메커니즘, 유전자적 특성 등을 연구한다.

그럼 인간의 질병(혹은 신체적 고통)은 대체 왜 생기는가? 질병에 잘 걸리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진화의학의 새로운 시각은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인간에 이득을 준다고 보는 점. 그렇기에 오랜 진화과정에서 그 유전자가 선택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입덧이라는 고통은 발육 중인 태아를 독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현상이다. 노화나 죽음도 유전자를 후대에 최대한 전파할 수 있도록 진화과정에서 선택된 결과. 폐렴의 경우, 기침은 질병의 징후이면서 동시에 방어기능이다. 소화액으로 균을 죽이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침을 막는 것만이 올바른 치료는 아니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역설적이지만 인간은 몸에 해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질병이란 다른 여러 이득에 대해 인간이 치러야할 대가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병의 유전자적 뿌리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내용이 진화의학의 핵심.

훌륭한 환자가 돼야 한다는 말도 질병을 단선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양면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의사에게도 해당한다.

물론 진화의학이 의학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 의학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에 좀더 풍요로운 방법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의사 간호사 의과대교수 의과대 재학생 생물학 전공자들은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 그러나 의학 생물학의 개념과 용어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로선 그리 쉽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개념을 정리해가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읽다보면 질병을 바라보는 진화의학의 참신한 시각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서울대 최재천교수가 꼼꼼하면서도 비교적 쉽게 번역해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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