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회장은 누구?]24세때 사채시장 첫발

입력 1999-08-05 23:28수정 2009-09-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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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金亨珍)세종증권회장은 중졸 출신의 명동사채업자에서 상장사의 오너로 변신한 입지전적 인물. 올해 41세.

김씨가 증권가의 ‘기린아’로 떠오른 것은 작년 7월 부도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인수하면서. 그는 이때 당당하게 ‘사채업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일약 상장증권사 회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는 IMF 경제위기를 기회로 잡아 단기간에 떼돈을 벌어들이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검찰이 추산한 그의 개인재산은 세종증권 주식을 포함해 5000억원대에 달한다.

전남 장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후 법무사무소 사환, 등기소 공무원을 거쳐 24세때인 81년 명동 사채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국공채 중간수집상으로 출발했다.

국공채 회사채는 물론 양도성예금증서(CD) 전환사채(CB) 특수채까지 다양한 채권을 다루면서 시장원리를 체득했으며 밤이면 독학으로 채권이론을 마스터했다.

자연히 돈도 모였다. 동아증권을 인수하기 전 이미 수백억원의 현찰 동원능력을 갖고 있었다. ‘채권의 귀신’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

87년 외국어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올해는 서울대 최고산업전략과정을 수료해 재력에 걸맞은 ‘학벌’도 갖췄다.

그가 돈을 번 방법은 주로 이랬다. 회사채 금리가 30%이상 치솟고 5대그룹 우량계열사가 아니면 회사채 발행을 꿈도 꾸지 못하던 작년 초.

돈이 궁한 회사에 접근해 “두세달 안에 회사채를 팔아주지 못하면 발행금액의 두배를 물어주겠다”고 제의해 채권을 먼저 인수한 뒤 평소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마진을 남기고 팔아치웠다. 자기돈없이 채권을 전량 인수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일을 벌인 것. 그러나 채권인수 및 처분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하는 등 탈법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씨의 승부사적 기질은 동아증권 인수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880원대에 머물던 동아증권 주식 261만주를 주당 1300원에 사들였다. 당시 동아증권은 자본금을 70억원이나 까먹은 대표적인 부실회사.

세종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뒤 당시로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이버거래용 사이버월드를 출범시켜 증권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사이버트레이딩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고객들에게 고가의 이동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해 단 10개의 점포로 30여개 국내 증권사중 약정순위 10위권을 넘보는 회사로 키워냈다.

돈장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교분도 넓혀 K의원 등 여권 중진의 자금관리를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김회장 수사를 담당한 일선 검사는 “조사 도중 ‘고위층’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채권인수 과정의 탈법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 ‘금융거물’을 향한 꿈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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