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部수해 현장]흙탕물 「바다」…곳곳서『살려달라』

입력 1999-08-02 01:18수정 2009-09-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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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장대비에 연천과 동두천, 문산과 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은 삽시간에 흙탕물의 망망대해(茫茫大海)로 변해버렸다.

축사와 농가가 밀집한 한탄강과 차탄천 주변지역은 돼지와 젖소 등이 둥둥 떠다녔고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해버린 문산과 파주지역은 가옥과 상가들이 지붕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4년새 3번의 물난리를 겪게된 이 일대 주민들은 “왜 우리만 매년 같은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하늘’보다는 ‘당국’을 원망했다.

◆연천·동두천◆

수마(水魔)가 휩쓴 경기 연천군 일대는 한마디로 ‘흙탕물 바다’였다. 폭우로 차탄천 물이 역류하고 임진강과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연천군내 10개 읍면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흙탕물은 가옥과 임야, 사람과 짐승을 가리지 않았다. 급류에 휩쓸린 닭과 돼지들은 집단폐사해 둥둥 떠다녔고 지붕으로 피신한 주인 잃은 개와 돼지 등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연천군 일대 37개 대피소에 모인 3900여 이재민들은 식수마저 끊겨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은 특히 잠시 주춤하던 비가 밤늦게 폭우로 돌변하자 “내일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1일 오후 한 때 비가 잦아들면서 연천읍내에서 물이 빠지자 군청2,3층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일부 이재민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으나 진흙 범벅이 돼버린 집앞에서 넋을 잃었다.

이재민들은 “96년에도 똑같은 수해를 입었다”며 “왜 똑같은 일이 반복돼야 하느냐”며 행정당국의 무대책과 무성의를 원망했다.

연천군과 군내 119구조대는 이날 오전 백학면 전동리 등지에서 고립된 주민 29명을 헬기와 보트를 이용해 구조했다.

한편 백학면 등 외부와 교통 통신이 두절된 연천군내 4개면 지역 주민 8000여명은 이날 밤 늦게까지 복구차량은 물론 구호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이틀째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8월 나흘간 620㎜이상의 집중호우로 1만2000여명의 이재민을 냈던 동두천은 1년 만에 또다시 몰아닥친 악몽에 몸서리쳐야 했다.

이틀간 470여㎜의 폭우가 쏟아진 동두천은 1일 오전 9시40분경 동광교 아래 신천이 범람하면서 중앙동과 보산동 등 상습침수지역이 다시 물에 잠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집이 물에 잠긴 이하자(李夏子·69·동두천시 보산동)씨는 “지난해 수해 이후 1000만원이나 들여 보일러와 하수도를 새로 하고 도배까지 마쳤는데 이게 또 무슨 변고냐”며 한 숨을 내쉬었다.

동두천지역 이재민들은 상수도 취수장이 침수돼 수돗물이 끊긴데다 일부 지역은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아 이중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문산·파주◆

3일 동안 54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경기 파주시. 이번 수해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문산읍을 비롯, 파평면과 적성면 등 파주시내 곳곳은 교통두절과 전화불통, 정전 단수 등으로 마치 ‘난리통’을 방불케 했다.

96년에 이어 3년만에 다시 물난리를 만난 문산읍 시가지의 3분의 1가량이 1일 오전 9시반경부터 문산읍내를 가로지르는 동문천이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가옥과 상가들은 흙탕물위로 처마와 지붕만 드러낸 채 잠겼고 옷가지와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각종 가재도구, 소주병 등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녔다.

특히 지대가 낮은 미군기지노조아파트 등 문산읍내 곳곳의 건물옥상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도와달라”며 구조대의 손길을 호소했다. 일부주민들은 옥상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옷가지를 마구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폭우로 문산전화국이 물에 잠기면서 읍내 통신수단이 두절돼 고립감을 더했다. 119 구조대원이 ‘물바다’가 된 마을 곳곳에서 4대의 구명보트를 타고 구조에 나섰으나 “여기도 도와달라”는 다급한 외침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가슴높이까지 차오른 흙탕물은 논밭과 통일로 경의선철길을 완전히 뒤덮은 상태. ‘흙탕물 바다’앞에서 담배를 피워물고 섰던 10여명의 인근 주민들은 “올해농사도 다 끝났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31일 밤 12시경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가재도구도 제대로 못 챙기고 다급하게 인근 고지대 등으로 대피한 주민 5000여명은 대피소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암흑천지’로 변한 문산읍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이틀밤을 꼬박 새웠다.

수재민 2000여명이 모인 문산초교는 마치 난민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1일 오후 7시경부터 대한적십자사에 의해 실시된 저녁 급식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바람에 30분만에 바닥이 났고 기다리던 급식을 받지 못한 일부 수재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기타 지역◆

1일까지 500여㎜의 비가 쏟아진 강원 철원군 근남면과 서면 등 강원북부 일부지역은 전화가 끊기거나 도로가 침수되면서 마을이 고립돼 도재해대책본부에서도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강화지역과 경기 김포지역에서도 1일 오후 침수된 농경지와 집에서 빗물 퍼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268㎜의 비가 쏟아진 김포시 대곶면 대능3리 심모씨 등 8채의 가옥에서는 복구작업에 바쁜 일손을 놀리면서도 오락가락하는 빗발이 언제 또 거세질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또 30일부터 시작된 제2회 ‘강화 고인돌축제’가 열리던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 유적지와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 갯벌에서도 이틀째 행사가 중단됐다.

〈연천·파주·철원〓권재현·이헌진·선대인·박윤철·경인수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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