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色 속사정/자민련]바람잘 날 없다

입력 1999-07-30 18:44수정 2009-09-2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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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를 2개나 만든 사람인데 정당에 와서는 그렇게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역시 정치가 어렵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30일 서울시내 한 호텔로 당내 서울지역 원외지구당위원장 30여명을 초청, 조찬을 함께 하며 당총재로서 착잡한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박총재는 최근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당내인사들과 그룹별 모임을 잇따라 가져왔다. 이런 설득노력 탓인지 당내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진 듯하다.

특히 목소리가 컸던 원외지구당위원장들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이날 조찬모임에서는 “지구당을 너무 홀대한다”는 등 지원요구가 대부분이었다. 또 이날 열린 일부 원외위원장의 모임에서도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강력한 지도력을 주문하는 결의문을 내는데 그쳤다.

그러나 일부 내각제 강경파 의원들은 여차하면 지도부와 갈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김용환(金龍煥)전수석부총재는 29일 저녁 지역구인 충남 보령 향우회에서 “나는 고생을 각오한 사람으로 흔들림이 없다”며 “어떻게 충청인의 자존을 지키고 구시대적 작태를 청산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며 해답이 나오면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민련 내부에서는 9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당초 6월말이었던 전당대회를 3개월 늦춘 것은 아예 연말로 늦추자는 주장에도 불구, 8월말 시한인 내각제문제가 결론이 나는대로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지도부 주변에서는 전당대회 연기론이 다시 흘러나온다.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가 결정된 이상 별다른 정국상황 변화가 없는데 굳이 전당대회를 열어 돈과 당력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는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충청권 강경파에 대한 견제의 측면이 강하다.

다만 김총리가 당에 조기 복귀하거나 2여(與)합당이라는 새로운 여건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아 9월말 전당대회 시한은 자민련의 향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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