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핫이슈]금융종합과세 재실시

입력 1999-07-29 19:36수정 2009-09-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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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97년 경제위기 이후 시행이 유보된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조속히 재실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경제거래의 투명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조세 불공평을 해소하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위축 등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찬성

금융실명제의 취지는 경제 거래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높임으로써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조세정의의 실현은 부차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재계는 경제 회생을 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재실시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하지 않고서는 정직하지 못한 경제거래를 숨기는 차명거래를 차단할 수 없다. 종합과세는 세수 증대가 아니라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차명거래가 만연하는 한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나 정직성을 높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조세 불공평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역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통해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킴으로써 경제질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경영의 투명성이 실종되고 조세회피에 탐닉하는 경제구조에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연 2∼3%로 느린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투명성과 정직성에 기초한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경제회복을 구실로 불투명한 경제거래를 조장하고 탈세를 묵인하는 편법을 쓰면 일시적으로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어지러운 경제질서로 인해 또 다시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킬 대안만 있다면 조세형평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활을 늦출 수도 있다. 정직하게 돈을 번 사람이 존경받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조세 불공평을 해소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외에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킬 방법이 있을까. 부동산 실명거래와 균형을 맞춰 금융자산을 실권리자(實權利者) 명의로 거래하게 하고 위반시에는 30% 과징금을 부과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거래와 기업경영이 상당히 투명해질 것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부활하거나 차명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 간의 과세 불공평 및 변칙적인 부(富)의 세습을 막을 수 있다.

최명근(서울시립대 교수·조세법학)

★반대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언젠가는 실시돼야 할 제도이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재실시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97년 12월 2년간 실시하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경기 회복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경상수지 흑자도 아직 불안한 형편에 예상 경제 성장률만 보고 IMF 관리 체제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심각한 경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가 안정 회복 기조를 되찾을 때까지 재실시가 유보돼야 한다.

최근 대우사태나 해외 변수로 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룹간 빅딜과 금융기관 및 기업 구조조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업률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별다른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급증하는 등 IMF 이전의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가까운 시일내에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시행하면 금융거래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져 자금 유동성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회복초기의 실물경제가 다시 침체될 우려가 있다. 금융권을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 등에 몰려 투기 자금화하거나 소비심리를 부추기면서 경제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IMF 이후에 벌어진 소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오히려 모두에게 소득 감소만 안겨주는 참담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경제정책은 철저하게 경제적 현실에 기초해 결정해야 한다. 감정에 치우친다면 경제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결코 낙관할 시기가 아니다. 금융자금의 선순환(善循環)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금융거래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을 더욱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실시 시기는 경제가 안정된 이후로 유보하는 것이 옳다.

정강현(한국증권업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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