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원조교제 성행 충격…대화방 절반이「섹스방」

  • 입력 1999년 7월 27일 19시 48분


인터넷 사이버공간에서 매매춘을 목적으로 한 ‘원조교제’가 공공연히 성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밤 10시경. 한글과컴퓨터가 최근 합병한 회원수 200여만명의 국내 최대 인터넷 채팅(대화)사이트인 ‘H사랑’에는 벌써 1만1000여명의 네티즌들이 수백여개의 대화방을 만들어놓고 온라인 대화에 한창이었다.

이중 몇 번의 접속시도 끝에 들어갈 수 있었던 30대방. 이곳의 대화방마다 붙어 있는 제목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낯뜨거운 제목 일색이었다.

‘오늘밤 만나 한X할 설(서울)사는 섹시녀 찾음’ ‘아줌마 처녀 가리지 않음’ ‘컴섹(컴퓨터섹스)하실 분 환영’ ‘돈 많고 차 있는 아저씨 선착순’ 등등 여기저기서 노골적인 짝짓기가 이어졌다.

대입 재수생이라는 최모양(19·여)도 그들 중 한명. 서울 화곡동에 산다는 그는 거리낌없이 ‘용돈은 1시간 15만원, 2시간 20만원, 하루는 35만원’이라며 ‘방값은 아저씨가 따로 내야 해요’란 말을 덧붙였다. 그는 ‘학비가 부족해 돈을 벌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며 ‘이 세계에서 나는 오히려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채팅방을 통한 인터넷 매춘에 나선 대상은 여자뿐만이 아니다. ‘멋지게 생긴 17살 고등학생. 약간의 용돈만 주면…’이라는 대화방을 연 미성년자 남자 고교생의 대담한 호객 행위도 자주 눈에 띄었다.

10,20대의 이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30,40대 직장인이나 주부. 채팅방을 통해 원조교제를 했다는 이모씨(34·회사원)는 “원조교제를 하는 10,20대 여성들은 주로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수입이 많은 직장인을 선호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으로 매매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현재 이 사이트를 비롯해 수백여개의 크고작은 인터넷 채팅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화방의 과반수가 이러한 원조교제 매매춘 음란대화를 공공연히 벌이고 있다. 특히 채팅을 하기 위해선 실명 가입이 필수이나 주민등록번호를 허위로 만들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인터넷과 PC통신에 떠 있는 실정. 업체들도 대부분 신원확인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측은 “인터넷 채팅방을 통한 원조교제는 사실상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섣부른 단속으론 해외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등 문제가 더 커진다”고 밝혀 별다른 단속 계획조차 없음을 보여주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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