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YS대응방침 이견…소장-중진 주도권 신경전

  • 입력 1999년 7월 27일 18시 56분


“뭔가 행동을 하려고 하면 중진들은 다 빠져 버리고 초재선들만 남는다. 그러니 초재선들에게 업혀간다는 소리나 듣고…. 정말 괴롭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7일 총재특보단회의에서 토로한 얘기다. 이 얘기는 여권의 내각제 유보 및 신당창당 추진, 경기은행 로비사건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당내 비판에 대한 항변의 성격이 짙다.

이날 특보단회의에서도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및 이영작(李英作)씨 문제 등에 대한 배후규명이 미흡한 것 같다”(신영균·申榮均의원) “이영우(李映雨)씨에 대한 우리 당의 초동 정보수집 능력이 부족해 이슈 부각이 잘 안됐다”(이윤성·李允盛의원)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총재는 “인천지역 의원에게 경기은행 로비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을 맡기려 했지만 최기선(崔箕善)시장 등에 대한 연고 등을 이유로 모두 사양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말들은 많지만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다.

여기에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정치재개 선언의 풍파까지 겹쳐 한나라당은 더욱 소란스럽다. 이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 자꾸 크게 써주니까 YS가 커지는 것 아니냐”며 YS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경계심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모임 ‘희망연대’ 워크숍에서도 한나라당과 YS의 연대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권철현(權哲賢)의원은 “YS의 등장으로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총재와 YS의 연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라도 벌이자”고 주장했다. 김형오(金炯旿) 김문수(金文洙)의원 등도 “한나라당과 YS가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맹형규(孟亨奎)의원은 “YS와의 제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안상수(安商守)의원은 “망국적인 ‘후3김시대’의 도래 조짐을 차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중진들은 중진들대로 “총재와 초재선들이 다 하니 우리가 활동할 공간이 없다”며 볼멘 소리만 하고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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