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21세기 실험①]제3의길로 실업퇴치-성장 추구

입력 1999-07-26 19:20수정 2009-09-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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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꿈틀거린다. 미국이 추구하는 신(新)자유주의 노선의 대안으로 유럽은 신사회주의, 즉 ‘제3의 길’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우산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 안보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대두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달러 일극(一極)체제’를 수정하려는 유럽단일통화 유로가 출범한 지도 7개월이 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유럽의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3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최근 프랑스의 고위관리가 미국을 방문해 미 백만장자의 성공담 발표회에 참석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가 “골치아픈 종업원 연금과 사회보장세는 어떻게 처리했나요”라고 묻자 미국 청중은 어안이 벙벙해 했다.

유럽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프랑스 관리는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진지하게 물었으나 미국인들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회사를 설립하려면 한달반의 시간과 3400달러의 창업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0시간에 500달러면 충분하다.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이같은 문제점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사회주의로서는 유럽 최대의 과제인 실업퇴치와 복지국가 실현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지난달 공동으로 ‘유럽 제3의 길―신중도(新中道)’라는 유럽사회민주주의 강령을 채택했다. 강령이 ‘국가는 기업을 지원하되 기업의 역할을 대신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듯이 정부역할 축소와 기업경쟁력 향상이 그 핵심이다.

프랑스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SS) 로베르 부아이예교수는 “신사회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통한 분배의 정의(좌파)와 자유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우파)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새로운 길’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독일은 고용증대를 위한 근로시간 조정과 감세, 사회보장제도 보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일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실직자의 재취업을 위한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다. 그래서 신사회주의 바람은 EU의 거의 전역을 휩쓸며 변화를 가져왔다.

94년 11.3%까지 치솟았던 EU 전체의 실업률은 현재 9.4%선까지 내려갔다. 영국에서는 실업률이 96년 8%에서 98년 6.2%로, 프랑스는 12.3%에서 11.8%로 떨어졌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프랑스가 96년 1.6%에서 98년 3.2%로, 독일은 1.3%에서 2.8%로 올라갔다.

그러나 신사회주의 실험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당계열이 참패했다.

아직도 EU 회원국들에는 160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이들 실업자를 얼마큼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얼마나 촉진할 수 있을 것인가. 신사회주의 실험의 성패는 우선 여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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