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고 재연하려다 「재난」…「긴급구조 119」촬영중

  • 입력 1999년 7월 21일 18시 47분


○…재난구조 프로가 재난을 당했다. 각종 재난 사고와 그 구출장면을 재연해 방송하는 KBS1 ‘긴급구조119’가 촬영도중 구조용 헬리콥터가 불시착하는 사고를 낸 것.

KBS제작진과 소방요원 등 6명이 탑승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항공대의 인명구조용 헬리콥터가 20일 오후 3시경 경기 남양주시의 야산을 비행하던 중 메인 프로펠러에 이상이 생겨 불시착했다. 제작진은 “사고 후 기체 일부가 불길에 휩싸였지만 탑승자 세명이 경상을 입었을 뿐 전원 무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난구조 프로가 재난을 입은 사실’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 범죄재연 프로가 모방범죄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처럼 ‘긴급구조 119’가 재난장면을 실감나게 재연하려다 되레 사고를 당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제작진은 등산도중 부상을 입은 등반객을 헬리콥터가 구조하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측의 촬영협조를 받아온 제작진은 이번 사고이후 이같은 공조체제에 차질이 빚어질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김영묵 차장PD는 “우선 KBS측에서 부상을 입은 소방요원의 치료비를 지불하고 차후 손해배상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한 재난 사고의 재연장면을 줄이는 등의 개선책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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