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수사]탈주 「1등 공신」은 택시기사

  • 입력 1999년 7월 20일 19시 24분


신창원이 탈옥 직후 성공적으로 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서울로 도주하기 위해 우연히 승차한 택시의 운전기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창원은 97년 1월 20일 오전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후 인근 농가에 들어가 양복과 자전거를 훔쳐 부산 북구 구포사거리까지 이동했다.

신은 20대 기사가 운전하는 첫번째 택시를 그냥 보낸뒤 50대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안에서 한참 침묵을 지키던 신은 얼마후 택시기사와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게 됐고 얘기도중 “실은 돈이 없다. 방금 전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했다”는 말까지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는 “나도 당신만한 아들이 있는데 지금 교도소에 있다. 당신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신을 동정했다.

5시간여만에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도착한 신은 “나중에 모두 갚겠으니 전화비 500원만 빌려달라”고 했으나 택시기사는 “이제 나쁜 짓 하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며 오히려 2만원을 신에게 건네줬다. 이 돈으로 신은 천안까지 다시 도주할 수 있었다.

신의 한 동거녀는 “신이 그 택시기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당시 건네받은 은행계좌로 나중에 200만원을 넣어줬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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