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씨 수사…검찰 「마지막 카드」뽑았다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진형구(秦炯九)전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사건 수사는 검찰에는 일대 ‘모험’이다.

우선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파업유도 발언’사건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검제 도입문제를 놓고 협상중인 야당 입장에서는 정치권이 할 일을 검찰이 가로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사결과 발언내용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은 파업유도 공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검찰의 조직적 개입없이 진전부장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 하더라도 그가 공안의 최고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검찰조직의 책임이 면제되기는 어렵다.

사실이 아닐 경우도 문제다. 그런 수사 결과를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일부에서는 수사착수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최근 정치적 상황으로 미뤄볼 때 파업유도 발언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무너뜨리는 것. 일부 검사들은 특검제는 검찰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해왔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도 “특검제만 생각하면 밥이 안넘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특별검사의 몫으로 여겨졌던 파업유도 발언 수사에 대해 선수를 침으로써 특별검사의 등장을 저지하려는 마지막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나서는 검찰의 모습은 비장하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지검 특수3부에 배당됐으며 특수3부는 진전부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전면 수사착수 방침을 밝히며 주임검사를 이훈규(李勳圭)특수1부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부장은 97년 대검 중수부3과장 시절 한보사건 수사 중간에 투입돼 김현철(金賢哲)씨를 구속함으로써 검찰을 위기에서 구한 일이 있다. 검찰 수뇌부는 그에게 이 사건을 맡기면서 “특별검사의 각오로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진전부장은 물론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도 직접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전부장 등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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