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교수『몸의 상품화 매도말라』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90년대 중반부터 봇물처럼 터져나온 ‘몸담론’. 이제 하나의 유행이 돼버린 몸에 관한 논의는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형이상학적 이성(理性)중심주의를 극복하겠다던 ‘몸담론’이 또다른 이성주의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나온 학술계간지 ‘전통과현대’ 여름호에 실린 마광수 연세대교수(국문학)의 글 ‘몸의 상품화와 소비대중문화’. 이번호 특집 ‘몸의 문화철학적 조명’의 전체적 논조에 대한 비판이다.

감성과 육체를 정신과 이성의 예속물로 보았던 모더니즘과 그것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포스트모더니즘. 몸담론은 포스트모더니즘 대량소비문화의 등장과 함께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몸담론은 몸의 복권(復權), 몸의 해방을 말하면서도 몸의 상품화를 우려해왔다.

마교수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대목. 그는 “정신이나 지식의 상품화는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몸의 상품화를 부정하는 것은 정신을 몸의 일부로 보겠다는 몸담론주의자들의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한다. 몸과 정신은 같은 개념이고 정신의 쾌락과 몸의 쾌락도 동등하기 때문에 몸의 상품화를 매도해선 안된다는 것.

마교수는 나아가 “몸의 상품화는 오히려 관능미의 상품화로 발전하고, 이를 통해 성(性)은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를 벗어나 ‘미적 감상물’로 구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몸의 상품화는 오히려 성의 평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또한 “우리의 몸담론은 아카데미즘으로 포장한 공허한 논의다. 그들은 ‘성은 신성하다’고 말하는데 그건 비현실적이고 현학적이다. 이성을 극복하자는 몸담론이 또다른 이성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지성계의 몸담론이 공허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몸담론이 후기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변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지만 구체적 대안은 없다.

이번 ‘전통과 현대’특집에 ‘몸에 대한 장자의 비판적 기호학’이란 글을 발표한 박원재 고려대강사(철학)도 몸담론의 이같은 가벼움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몸의 상품화에 대해선 마교수와 생각을 달리한다. “몸의 상품화 자체만 놓고 보면 마교수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몸의 배후에 존재하는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억압구조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마교수를 비판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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