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지사 부부 수사]퇴출대상 은행들 목숨건 로비백태

입력 1999-07-15 19:12수정 2009-09-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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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가 작년 경기은행으로부터 퇴출을 막아달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 급박했던 은행 퇴출과정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퇴출위기에 몰렸던 12개 은행은 온갖 연고를 총동원해 금융구조조정 주무부처인 금융감독위원회에 전방위 로비 공세를 펼쳤고 금감위는 이들을 피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97년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 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에 미달돼 ‘사느냐 죽느냐’의 시험대에 오른 12개 은행은 지역 국회의원과 상공인들을 앞세워 로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고장 은행이 없어지면 지방경제가 무너진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막판까지 희비가 엇갈렸던 충북 충청은행의 로비가 가장 거셌다. 대전 출신으로 충청은행 주주였던 이인구(李麟求)의원은 금감위 은행평가위원회 최후소명에 직접 참석해 충청은행 회생을 역설했다. 청주 출신 구천서(具天書)의원도 금감위에 ‘충북은행 존립 필요성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박철언(朴哲彦)의원 등 자민련내 대구 출신 의원들은 ‘대구지역 정서’를 내세워 대동은행 회생을 요로에 타진했으나 워낙 부실이 심해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은 ‘노동자은행’임을 내세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평화은행의 구명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북5도민 정서’를 알아줄 것으로 믿고 별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동화은행은 작년 6월29일 퇴출이 결정되자 뒤늦게 궐기대회를 가졌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임창열 경기지사,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 당선자와 조한천(趙漢天) 이기문(李基文)의원 등 인천 경기지역 의원들은 ‘경기은행 살리기 운동본부’를 구성해 경기은행 주식갖기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전경기은행 직원은 “퇴출이 결정되기 1주일 전에는 ‘살아남는다’는 소문이 확 돌았다”며 “노조에서는 각 지점에 ‘고위 실력자를 통해 금감위측과 연결됐으니 안심하라’는 공문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 ‘고위 실력자’가 임지사였다는 해석.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아예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을 떠나 부인 진진숙(陳眞淑)씨의 인천 화실에서 지냈다.

작년 6월20일부터 퇴출은행 선정작업에 들어간 12명의 경영평가위원들은 인천 한국은행 연수원에서 감금생활을 했다.

연원영(延元泳)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당시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 총괄반장)은 “로비에 시달리던 이위원장은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은 놔두고 시중은행만 퇴출시켰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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