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식회사 다시 일어서나]『정보화늦어 경기침체』

입력 1999-07-14 18:36수정 2009-09-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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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일본경제 침체를 불러온 결정적 원인은 공업화사회의 퇴조와 정보화사회(탈공업화사회)에 대한 대응지연이다. ‘지가(知價)사회’란 용어를 만들어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일본경제기획청장관은 “일본은 관료주도 업계협조체제에 의한 최적공업사회를 만들었으나 이 성공에 집착함으로써 지가사회로 향하는 세계의 조류에 뒤졌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정보화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공업화사회의 정점에 섰다는 승자의 ‘성공체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91년초 거품경기 붕괴후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8차례에 걸쳐 107조엔 이상의 재정지출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도로와 교량 건설 등 재래형 공공사업에 투자됐다. 정보화투자는 뒷전이었다. 일본기업의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정보화투자의 비율은 미국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지금 일본은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미국은 극심한 불황기였던 80년대에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벤처기업을 육성, 기업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실업자를 흡수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정비에서 뒤떨어진 일본에는 쏟아지는 실업자를 받아들일 신(新)산업이 적다.

일본은 무역흑자국이지만 게임기를 제외한 일본의 소프트웨어 무역수지는 수입액이 수출액의 100배나 되는 적자다. 일본의 가정용 컴퓨터 보급률은 20%(97년기준)로 미국의 35%보다 훨씬 낮다.

이에 따라서 일본 우정성은 2001년까지 현재의 1000배 속도인 차세대 인터넷을 개발하고 인터넷접속서비스와 전자신문 멀티미디어 플랫폼 등 인터넷관련 벤처기업을 지원키로 했다.

또 디지털 방송기기, 21세기형 고도도로교통시스템(ITS), 차세대 휴대전화 시스템(IMT 2000), 비행선과 위성을 활용한 대용량 통신시스템 등 21세기형 멀티미디어 개발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경제단체연합회는 최근 산업경쟁력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05년까지 고도 디지털사회를 구축하는 ‘디지털 뉴딜구상’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정부문서와 행정절차를 디지털화하는 ‘전자정부’ 실현, 초소형자동번역기와 컴퓨터의 음성 시선입력시스템 개발이 포함됐다.

일본에도 정보화시대의 패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소프트뱅크사장은 정보화시대의 성공자다. 그는 현재 일본을 패전직후에 비유하면서 “무너질 것은 무너져 시계(視界)를 차단하는 것은 없다. 정말로 좋은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주오대 나오에 시게히코(直江重彦)교수는 “일본도 정보통신산업의 빅뱅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른 통신요금 자유화 확대와 14년간의 현안이었던 NTT 분할작업 완료, 그리고 일본텔레콤과 ITJ, KDD와 텔레웨이의 합병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스미토모신탁銀 이토연구원 인터뷰▨

“시장경제의 세계적 파급과 디지털기술 진전이라는 세계사적 변화를 ‘먼산의 불’로 여긴 일본의 안이한 인식이 90년대 일본경제를 위기로 몰고 갔다.”

스미토모신탁은행 기초연구소 이토 요이치(伊藤洋一)연구원. 그에 따르면 90년대는 경제성장과 물가상승, 완만한 변화로 대표되는 80년대까지의 경제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한 시대다. 90년대의 변화를 초래한 핵심요인은 비용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죽음’이다. 냉전붕괴와 사회주의 퇴조로 시장경제 영역이 확대된 데 따른 경쟁격화, 그리고 업종의 벽과 기존 비용구조관념을 무너뜨린 디지털혁명이 비용혁명을 불렀다. 물가상승환상을 깨뜨린 이 변화는 앞으로 경제의 상수(常數)가 된다.

그는 “경제를 크게 바꾸는 것은 항상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기술이며 오늘날 경제변화의 기간기술은 디지털 기술”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관청이나 기업의 지도자들은 디지털이나 바이오기술 등에 대한 지식과 활용능력, 조직의 경직화를 막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지도자가 이끄는 기업과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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