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도청등 불법 심부름센터 1천여곳 단속 55명 구속

입력 1999-07-12 19:25수정 2009-09-2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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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말 남편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의혹을 품고 있던 김모씨(35·여)에게 ‘비밀보장.가정문제 해결’이라고 적힌 생활정보지의 심부름광고센터 광고가 불현듯 눈에 띄었다.

여러날 고심끝에 김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V심부름센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불륜증거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의 의뢰를 받은 심부름센터 소장 정모씨(48)는 “며칠안에 남편의 불륜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줄테니 걱정말라”며 사례비로 2백만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곧바로 직원들을 시켜 김씨로부터 남편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도청기를 이용해 전화통화 내용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김씨 남편의 불륜현장을 알아내 현장에 잠복한 심부름센터직원들은 불륜 장면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김씨에게 넘겨줬고 이들 부부는 이로인해 갈라서게 됐다.

지난해 조모씨로부터 빌린 돈 1300만원을 갚지 않고 숨어 있던 이모씨도 지난달 16일 느닷없이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부터 한 통의 협박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조씨가 돈을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심부름센터 직원은 “일주일내에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경찰 조사결과 심부름센터 사장 김모씨(29)는 자신이 생활정보지에 낸 ‘가정고민. 사람찾음’이라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조씨의 부탁을 받고 전화국을 통해 이씨의 ‘은둔처’를 알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특히 97년 살해된 이한영씨의 집을 범인에게 알려줬던 장본인으로 이로 인해 10개월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주부터 서울 시내 심부름센터들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여 개인의 사생활을 뒷조사하거나 채무자들을 위협한 심부름센터 직원 55명을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알아내기 위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조회에는 20만∼50만원 △전화통화내용 발췌에는 50만∼100만원 △몰래카메라나 전화통화 녹음 등을 이용한 불륜현장 증거수집에는 100만∼200만원씩의 사례비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도청기를 이용해 전화통화내용을 알아냈으며 이동통신회사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뒤 ‘통화감도가 좋지 않으니 다시 전화를 해달라’며 발신지 추적장치가 된 자신의 전화로 전화를 걸도록 해 피해자의 소재를 파악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채무자를 찾아내기 위해 채무자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 자녀들을 협박하거나 전화국의 100 안내서비스를 이용해 채무자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요금 청구서가 나오지 않으니 주소를 확인해 달라”고 말하는 수법으로 주소를 알아 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서울 시내 1000여개의 심부름센터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전화통화내용이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메시지를 알아내는 데에는 전화국 직원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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