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식회사 다시 일어서나]「新경영」도입

  • 입력 1999년 7월 12일 07시 44분


《잃어버린 10년. 일본경제에 90년대는 그런 세월이다. 80년대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로 미국을 추월할 것 같던 일본경제가 90년대 들어 좌절과 퇴조를 거듭하고 있다. 91년초 거품붕괴와 함께 시작된 ‘복합불황’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MIT대 폴 크루그만 교수의 진단처럼 일본경제는 ‘만성적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가. 아니면 일본특유의 저력으로 다시 일어설 것인가. 21세기를 준비하는 일본경제의 고민과 모색을 5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경영의 신(神)’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89년 작고)가 설립한 마쓰시타전기산업은 일본의 ‘가족주의적 경영’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런 마쓰시타전기도 올해들어 승진을 연공서열에서 능력주의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주주 중시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자사주 1000억엔어치를 매입해 소각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 집단주의로 대표되는 일본식 경영은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경영실적악화와 경제구조변화로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新) 일본식 경영’이다. 그 방향은 △능력 중시 △이사회 개혁 △사업재편 △사풍(社風)개혁 △인센티브제 도입 등이다. 미국식 경영이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종합상사 닛쇼이와이는 4월에 야스타케 시로(安武史郎)상무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부사장 등 17명의 상사를 제친 파격적 기용이었다. 자동차회사 마쓰다는 지난달 38세의 미국인 마크 필즈를 전무로 영입하고 설계담당 차장이던 41세의 마루모토 아키라(丸本明)를 이사로 발탁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사무기술직 직원에 대한 연령급을 폐지키로 하는 등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퇴조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다. 일본기업 3할이 어떤 형태로든 연봉제를 채택했다.

전자업체 도시바와 소니는 지난해 이사회에 참가하는 임원수를 33명과 38명에서 12명과 10명으로 각각 줄였다. 의사결정의 신속화를 위해서다. 소니 산요전기 NTT 소프트뱅크는 학자나 타기업경영자 등 외부인사를 사외이사로 초빙했다.

이토추상사는 전략분야인 정보통신과 금융증권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사장보다 높은 급여를 줄 수 있는 제도를 채택했다. 일본빅터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특허를 낸 직원에게 최고 1억엔의 장려금을 주기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출근하게 하고 상사를 직급 대신 이름으로 부르게 했다.

그러나 미국식 경영을 통째로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2월에 세계적으로 1만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NEC처럼 인원감축은 대세지만 많은 기업들은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식 능력주의와 일본식 장기고용을 절충하려는 시도다.

계측기 업체 요코가와전기는 지난달 과장급이던 42세의 오카베 마사토시(岡部正俊)를 직원 230명인 계열사 사장으로 발탁했다. 실력주의 인사다. 그러나 요코가와전기는 정년퇴직자의 재취업을 위한 인재파견회사를 만들어 퇴직후에도 일할 수 있게 했다.

마쓰시타전기도 60세에 정년퇴직한 직원을 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를 2001년부터 시행한다. 이데미쓰흥산처럼 인사는 능력위주지만 해고와 정년이 없는 회사도 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도요타자동차회장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실력주의는 강화하겠지만 사람을 중시하면서도 이익을 내는 ‘제3의 경영’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마쓰시타 계열의 마쓰시타전공 미요시 도시오(三好俊夫)회장은 “경영이 한꺼번에 미국형으로 바뀔 수는 없다. 아마 전통적 일본형과 미국형의 중간 어디에서 만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장기고용 유지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신 일본식경영’이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가.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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