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회담 재개 南北 신경전 팽팽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27분


3일 결렬된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차관급회담의 재개를 둘러싼 남북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회담재개와 관련해 11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한국정부도 먼저 회담재개를 제안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11일 “현재 북송을 보류 중인 비료 10만t을 북측이 이달말까지 받기 위해선 10일을 전후해 회담이 속개돼야 하나 아직 북측으로부터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진전이 없는 한 비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북측이 회담재개를 요청하기 전에 우리측에서 회담재개를 요청하거나 북측 의사를 타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단 15일경까지 회담재개에 관한 북측 입장이 나오기를 기다려 보고 회담의 중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북측이 연평해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야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나 북측이 회담에 응할 준비를 갖추기까지는 어쩌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달말까지 비료가 북한에 전달되지 않을 경우 북측은 시비(施肥)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비료지원을 매개로 한 남북회담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북측이 현재 지원이 보류된추가지원분10만t을포기할경우 차관급회담은 사실상 완전히 결렬되고 남북은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진 뒤 다른 형태의 회담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이 회담의 조건과 의제 등에 관해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특히 한국측은 비료만 주고 회담의 성과가 없는데 따른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여 다음에는 대북지원과 연계한 회담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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