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북한으로 사라진 친구와 나의 이야기」

입력 1999-07-09 19:30수정 2009-09-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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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사라진 친구와 나의 이야기」하기와라 료 지음/문예춘추

이 책은 올 4월 제30회 오오야소이치(大宅壯一) 논픽션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저자 하기와라(62)는 이미 ‘서울과 평양’(89년) ‘한국전쟁―김일성과 맥아더’(93년) 등 한국관련 책을 내놓은 바 있다.

본서는 자서전 형식을 빌려 일본과 한국의 제2차세계대전 전후사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의 한국인 주인공을 통해 제주도 4·3봉기와 뒤이어 발생한 6·25전쟁의 진실, 또 59∼84년에 걸쳐 9만3000명이 북한으로 옮겨간 ‘귀국사업’(재일교포 북송사업)의 진실을 그린 스케일 크고 생생한 북한사이기도 하다.

책 이름에 나오는 ‘친구’는 저자가 55년 오사카의 텐노지(天王寺)야간고교에서 만난 윤원일이다.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밀항한 그는 60년 4월 희망을 안고 북한으로 건너갔으나 72년경 행방불명이 됐다.

72년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평양특파원으로 북한에 들어간 저자는 친구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북한당국은 이같은 움직임을 알고 그에게 간첩혐의를 씌워 11개월 뒤 추방했다.

그후 저자는 자신이 찾으려 했다는 사실 때문에 친구 윤원일이 수용소에 보내진 것이라 생각하면서 고민해왔다. 당시 저자의 행동을 감시하던 사람이 현재 북한 서열 2위인 김영남이라는 사실 등 흥미깊은 에피소드가 많이 실려있다.

본서에는 또 한 사람의 주인공으로 저자의 친구인 김용남(필명 김민주)이 등장한다. 제주도 출신의 후예로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제주 4·3봉기와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등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다. 4·3봉기의 지도자인 이덕구사령관(김용남이 중학교 다닐 때 교사다)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처럼 전투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자살했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끝으로 이 책은 북송사업이 김일성과 한덕수의 음모였다는 김용남씨 등의 주목할 만한 견해를 소개하면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북송사업 40년을 맞은 지금 이는 커다란 문제 제기가 아닐 수 없다.

오가와 하루히사(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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