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품 위조사건]고미술협회 前회장단 개입 「충격」

입력 1999-07-07 16:11수정 2009-09-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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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적발된 고미술품 위조범들은 다양한 위조수법과 위조품 사기판매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위조방법은 기름종이로 베끼기.위조책 권춘식씨는 유명작가의 진품 위에 기름종이를 놓고 목탄으로 그린 밑그림에 화선지를 덧대놓고 먹과 물감으로 작품을 위조했다.

두터운 중국산 종이에 그려진 동양화를 위조할 때는 ‘뒷장 떼기’라는 신종 수법이 동원됐다.표구를 의뢰받은 진품이 범행 대상.

구속된 표구상이나 화랑주인들은 그림을 물과 약품으로 불린 뒤 한꺼풀 벗겨내 진품을 2장으로 만들었다.

원그림인 앞부분은 새로 표구돼 주인에게 돌아갔지만 더이상 ‘온전한 진품’은 아니었다.이들은 색깔이 희미한 뒷부분은 새로 색칠해 진품인 것처럼 위조한 뒤 유통시켰다.

비슷한 화풍의 아류작이 많은 혜원 신윤복의 작품 위조에는 낙관과 서명 바꿔치기 수법이 이용됐다.이들은 약품을 사용해 아류작의 서명과 낙관을 지우고 여기에 동판으로 뜬 신윤복의 가짜 낙관을 찍고 서명을 그려넣었다.

낙서(駱西)윤덕희(尹德熙)의 ‘백마인물도’는 낙관과 서명을 위조해 화풍은 비슷하지만 예술적 가치가 훨씬 높은 아버지 공재(恭齋)윤두서(尹斗緖)의 작품으로 둔갑시켰다.1500만원 짜리인 아들의 작품은 3억원을 호가하다가 결국 7500만원에 팔렸다.

전직 고미술협회 회장단 4명이 포함된 위조단은 협회내에 친목단체를 따로 만들면서 돈벌이에 나섰다.이들은 대학교수나 연구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미술 유통업계에서 ‘제왕’처럼 군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일당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소장품을 제삼자를 통해 감정의뢰토록 하고 자기손으로 ‘진품 감정서’를 붙여 유통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또 검찰에서 공소시효(3년)가 지난 사례만 자백하거나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서 현찰로 구입했다고 거짓말을 해 수사팀이 유통경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위조품들은 전문가가 감정하면 쉽게 식별해낼 수 있는 것이지만 구입자들이 투자나 과시 목적으로 사들인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범행이 은폐돼왔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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