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중단』담긴 뜻]반대급부 요구할 듯

  • 입력 1999년 7월 4일 19시 48분


북한이 미사일 추가발사실험을 중단할 조짐이 있다는 소식은 앞으로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는 물론 한미관계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로 볼 때 미사일 추가발사실험 중단은 또다른 반대급부, 즉 경제지원 등의 요구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또한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측이 북한측으로부터 어떤 조짐을 읽었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북한의 태도는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절대로 예단해서는 안된다”며 서둘러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 조짐’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선 것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중단할 조짐이 있다면 이는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기류를 일거에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측이 읽은 ‘조짐’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추진에 부쩍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차관급회담이 비록 결렬됐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은 이를 충분히 상쇄할 만한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북한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교전사태 등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한미간의 이러한 간극이 상당히 좁혀졌다. 북한의 대륙간미사일 개발이 한국에 대한 실질적인 안보위협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한반도 주변정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소극적 태도를 견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진의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 북―미 고위급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계속 대남방송을 통해 ‘미사일 개발은 주권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북한의 불가측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필라델피아〓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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