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표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세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서해교전사태 등과 관련해 입씨름만 벌이다 사전 비공개접촉에서 합의한 주의제인 이산가족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측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측은 1일 회담에서 한국측이 추가지원키로 한 비료 10만t의 수송을 개시하면 이산가족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산가족교류방안은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회담이 진전되지 못한 큰 요인 중 하나는 지난달 3일 비공개접촉에서 회담개최에 합의한 후 돌출한 여러가지 ‘악재(惡材)’로 악화된 회담여건이다.
우선 서해교전사태로 수십명이 다치거나 죽고 어뢰정이 격침되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는 바람에 북한 내부 분위기가 경색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회담기간 중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사건이 발생, 국민의 대북(對北) 감정이 악화된 것도 한국측 대표단의 운신폭을 좁힌 요인이 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한 비료추가지원을 할 수 없다고 천명한 것도 이같은 상황에 기인한다.
아무튼 현 상황을 볼 때 앞으로 북한측과의 절충이나 타협의 여지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로서는 회담 속개 여부도 불투명한 형편이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