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서경석목사/개혁신학서들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나는 전공인 기계공학 공부보다도 삶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독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부러 기숙사에 들어가 주말에도 기숙사에 처박혀 책읽기에 몰입하곤 했다. 이 때 나에게 인생의 진로를 설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안병욱교수의 수필집들이었다. 이제는 책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행복의 미학’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분의 책들은 내게 성실하고 진지한 삶, 역사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심어주었다.

함석헌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나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책들도 그 당시 내게 큰 영향을 준, 나로 하여금 역사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 귀중한 입문서였다. 에리히 프롬의 책들도 당시 젊은이들의 귀중한 독서목록이었고 나도 그의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감명을 받은 책은 사랑의 진실된 의미를 깨우쳐 준 ‘사랑의 기술’이었던 것같다. 그리고 신동엽시인의 서사시 ‘금강’을 몇 번이고 읽으며 눈물흘리고 감명받으면서 사회혁명의 세계에 눈을 떠가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내가 속해 있었던 서울대공대의 분위기는 이러한 나의 생각과는 전혀 맞지 않았고 선배들 중에서는 나의 롤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방학 때가 되면 책보따리를 메고 절에 들어가 십여권씩 책을 읽고 나오곤 했지만 그것으로 나의 지식욕을 충족시킬 수 없어 결국 대학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사회과학과 신학공부에 전념했다. 당시 기독교서적으로는 존 로빈슨의 ‘신에게 솔직히’와 에르네스트 르낭의 ‘예수전’을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 사회과학으로서는 칼 마르크스에 심취했었는데 워낙 숨어서 일본책으로 읽고 또 베낀 노트로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위험도 하거니와 편견을 갖기 쉬웠다. 그런데 이 사상의 편력시기에 나로 하여금 마르크스주의의 도그마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준책은‘기독교냐 공산주의냐’라는 일본서적이었는데 그 책의 저자이름은 안타깝게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계공학을 포기하고 사회운동가가 된 이후 새로 택한 전공은 신학이었다.이 분야에서 후학들에게 가장 큰 영향과 지적 자극을 준 신학자는 안병무 박사였다. 그분의 민중신학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비판을 가하지 않고는 자기 입장을 설정할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5,6년간 신학공부를 하면서 많은 신학자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역시 가장 큰 영향은 라인홀트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였던 것 같다. 인간의 죄 문제를 정확히 꿰뚫어 본 이 책이 나로 하여금 개혁신학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었다.

요즘은 틈나는대로 ‘맹자’(비봉출판사)를 읽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의 정신이 맹자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경석<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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