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 현주소/生保상장-私財출연 파장]

입력 1999-07-01 19:25수정 2009-09-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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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동차 빅딜이 삼성생명 상장과 총수 사재 출연을 맞바꾸는 ‘정부―재벌간 빅딜’로 변했다. 비록 다른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었다는 고충은 이해되지만 정부의 빅딜정책은 이로써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 십년대계(十年大計)를 가름할 산업재편은 이번 삼성차 정리를 끝으로 일단락됐지만 정부정책의 신뢰성과 순수성은 의심받게 됐다.

▽정부의 무리한 일정이 특혜를 키운다〓지난해 7월 5대재벌은 정부로부터 조세 및 금융지원을 받는 대신 자발적으로 7개업종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올해 내각제 논의가 불거질 경우 경제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98년말’을 시한으로 잡았고 재계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2,3년 걸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짝’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년 내에 해치우려다 보니 세제특혜 등 추가적인 ‘당근’을 요구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을 강조하면서 다분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재벌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무산위기의 5대재벌 빅딜〓정재계가 합의했던 빅딜 대상은 자동차 전자를 포함해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정유 반도체 유화 철도차량 항공기제작 등 10개. 이중 현대정유와 한화에너지간 합병과 기아자동차 정리만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될 뿐 나머지는 지지부진하거나 사실상 무산될 위기.

▽공기업 개혁차질로 민간기업에도 불똥〓철도차량의 경우 현대정공 등 통합 대상 법인 노조들이 고용 보장을 내걸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 반발 등으로 실사를 마치지 못하는 바람에 1일로 예정됐던 통합법인 출범 현판식도 연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노조의 총파업 공세에 밀려 스스로 설정한 예산편성 지침의 효력을 무력화시킨 이후 민간기업 구조조정도 악재를 만났다”고 비난한다.

▽근시안(近視眼) 드러낸 삼성차 처리〓정부는 부산지역 민심악화를 우려해 삼성차의 정리보다는 대우전자와의 빅딜을 선호했으나 양그룹 모두 대우전자의 교환엔 회의적이었다. 이에 따라 빅딜은 삼성차만의 양수도로 가닥을 잡았고 ‘지속가동’을 전제로 빅딜해법을 찾다보니 결국 4조3000억원대의 부채 처리에 대우와 삼성 채권단이 모두 얽히는 상황을 자초했다.

정부는 결국 상반기 구조조정 완료라는 시한에 쫓겨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의 거액 사재 출연과 삼성생명 상장을 맞바꾸는 ‘거래’에 만족하게 됐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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