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다목적 칼국수집 「당모루」…만두등 감칠맛

  • 입력 1999년 7월 1일 18시 33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에 있는 칼국수와 만두 전문점인 ‘당모루’. 샐러리맨 출신 30대 사장의 ‘칼맛’과 ‘손맛’이 살아나는 칼국수와 만두가 요즘 분당신도시 주민 사이에 화제다. 음식맛도 좋지만 ‘무료 도서대여점+모임방’의 ‘다목적 식당’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당모루는 분당의 옛 이름.

구 ‘블루힐 백화점’(현 롯데백화점) 경리팀에 근무하던 최창순사장(35)은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98년부터 창업준비를 시작. 서울 일산신도시 수원 등지의 유명 칼국수집 40여 군데를 돌아다녔다. 매일 밤 퇴근 후에는 모방과 실습. 칼국수광이지만 요리에는 문외한인 그는 4개월여간 800여 그릇의 칼국수를 끓여본 끝에 ‘당모루 해물 칼국수’ 조리법을 개발했다. 동료직원 4명과 퇴직금을 모아 1월 공동창업.

밀가루 반죽을 3일간 숙성해 뽑은 국수가락이 맛의 비결. 아무리 오래 끓여도 칼국수의 쫄깃한 씹는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얼리지 않은 생고기만 사용하는 만두와 돼지창자에 머리고기 야채 당면 선지를 채워 넣은 순대, 알코올램프로 데우며 먹는 보쌈도 수준급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주방장은 최사장에게 요리를 배우는 입장.

150평 식당 한쪽 벽을 꽉 메운 4천여권의 책은 주민들의 ‘지식창고’. 음식을 시키지 않아도 무료로 책을 빌려준다. 주민들이 집에서 보지 않는 책은 갖다 놓고 돌려보기도 한다. 책을 빌리는 어린이에게는 아이스크림 무료제공. 당모루는 매달 20만원을 새 책 구입에 투자하고 150만원을 아이스크림 값으로 쓴다.

가게 한 구석의 10여평짜리 ‘사랑방’은 주부들 차지. 동창회나 학부모모임 회원이 주 고객. 모든 이용객에게 커피 무료제공. 커피값만 한 달에 40만원.

매달 수익금의 일부를 결식아동돕기성금으로 내놓고 있으며 무지개마을 노인회 어른들을 모셔 식사를 대접한다. 수내동 파크타운에 사는 김모씨(38·여)는 “음식을 먹으러 찾아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모여 얘기를 나누다 배가 고프면 음식도 시켜 맛있게 먹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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