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무조건 사주세요』개미군단 주문 폭주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42분


“얼마에 사드릴까요.”

“시장가에 무조건 사주세요.”

최근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증권사 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내용이다.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사달라는 주문을 내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단 맡겨두는 돈인 고객예탁금은 4조2천억원을 돌파해 사상최고치 기록했다.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려들었기 때문. 증권사 창구직원들은 7일부터 점심시간이 한시간(낮12∼오후1시)으로 짧아진데다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 점심을 거르기가 예사다.

10일 대신증권 서울 명동지점의 객장에는 3백여명 가까운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시세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두달새 두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주식투자 경험이 없던 신참 투자자들이 몰리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은철상(殷鐵相)지점장은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 고객들에게 “주가는 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주식 매입 권유는 하지 않는다.

그는 “오래된 투자자들은 투자액의 절반으로만 주식을 사고 신용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 ‘안전 투자’를 하는 반면 신참투자자들은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면서 “고참들이 왜 신중해졌는지 신참투자자들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증권사 직원은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는 신용매수도 적지 않고 은행대출까지 받아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LG증권 관계자는 “증시엔 ‘객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나타날 때가 상투’라는 말이 있다”면서 “주가가 짧은 기간에 급등해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은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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