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따뜻한 이웃]英人 호텔지배인 보육원 돌보기

입력 1998-12-06 20:27수정 2009-09-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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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국인은 이웃 보육원 아이들을 눈여겨 보았다. 불행을 딛고 잘도 뛰놀고 공부하는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올해초부터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지배인으로 일하는 영국인 제프리 브라운(44). 10월 그는 호텔 인근 ‘송죽원’에 공문 한장을 보냈다. 송죽원은 5세에서 18세까지 여자 원생 57명이 모여 사는 곳.

“12월 25일 성탄의 기쁨을 원생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각자 원하는 선물을 크리스마스 카드에 한가지씩 적어 보내주십시오.”

이윽고 크리스마스 카드 57장이 호텔에 도착했다. 카드 왼쪽에는 원생들 얼굴사진이, 오른쪽에는 ‘받고 싶은 선물’과 이름 나이가 영문으로 적혀 있었다.‘청바지 신발 인형 잠옷 목도리 탁상시계 운동복….’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생들의 희망. 고참 언니들은 기초화장품 전기다리미 헤어드라이기 등 생활품을 적었다.

브라운은 지난달 30일 2단계 작업에 들어갔다. ‘스위스호텔’ 1백5개 객실의 장기투숙 외국인 3백여명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소망카드’에 관해 알렸다. 그리고 호텔안팎에 크리스마스 트리 23개를 설치하면서 소망카드 57장이 매달린 트리를 세웠다.

따뜻한 마음들은 곧 통했다. 트리 설치 첫날 39명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원생의 신체 사이즈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 외국인 투숙객도 있었다.

대한항공 기장 라트케(56·독일)는 “내년 1월7일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혹시나 깜빡할 것 같아 미리 선물을 준비했다”며 서모양(14)이 원하는 잠옷을 예쁜 상자에 포장해 4일 트리 밑에 놓고갔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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