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대출세일 경쟁 가열…우량中企 「큰소리」

입력 1998-11-16 19:04수정 2009-09-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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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초 금융권의 무차별 자금회수로 설움을 당했던 중소기업들이 거래은행을 바꿔버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이 ‘감히’ 은행을 선택하게 된 것은 최근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대출세일 경쟁이 뜨거워졌기 때문.

경기 안산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D사는 그동안 2개 시중은행과 종금사 1곳과 거래해오다 이달 들어 은행 한 곳과 종금사와는 거래를 끊고 다른 시중은행 두 곳에 새로 계좌를 텄다.

이 회사 P사장은 “지난해말 정작 자금이 필요할 때 돈을 회수해간 금융기관이 올해는 사정이 좋아지자 다시 돈을 가져다 쓰라는 것이 밉살스러웠다”며 “마침 3,4개 은행에서 유리한 금리를 제시해 거래 금융기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체의 L사장 역시 거래 금융기관을 종금사에서 은행으로 바꾼 경우. L사장은 “주변에서 거래 금융기관을 바꿔야겠다고 고민하는 사장들이 최근 한두달새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요즘 안산 등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지역에서 은행들이 기업에 제시하는 금리는 최저 연 8.25%까지 있다.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보다도 2%포인트나 낮은 수준. 아직은 우량기업에 한정된다. 안산지역의 경우 총 1천40여개 기업중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15%정도인 1백50여개 업체.

은행들은 대출세일 영업이 한계에 달하자 우량기업 판정을 후하게 주는 추세. 조흥은행의 경우 올들어 신용대출이 가능한 신용취급평점을 75점 이상에서 3차례에 걸쳐 60점으로 내렸다. 평점은 부채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 20여개 항목의 점수를 가중평균하여 매긴 지수로 기업의 건전성을 나타낸다.

‘괜찮은’ 기업의 사장실 앞에서 은행지점장들끼리 마주치는 일도 빈번하다. S은행의 한 지점장은 “대출세일을 위해 기업체 사장을 만나 식사대접을 하는 것이 중요 일과”라며 “기존 거래업체들이 ‘다른 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를 제시했으니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관리기금 관계자는 “신용보증서를 받아가는 기업의 명단을 미리 알려달라는 은행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이 보증서를 들고 은행을 찾기 전에 은행이 보증서를 받은 기업을 입도선매(立稻先賣·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파는 일)하는 셈.

보람은행 관계자는 “최근 양상은 중소기업이 진정한 고객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는 징후”라며 “신용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내는 심사능력이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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