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회담 전망-초점]클린턴 불참 美입지 위축될듯

입력 1998-11-15 19:53수정 2009-09-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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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17,18일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10차 APEC정상회의에서 무역자유화가 뒤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역자유화는 APEC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

그러나 일본이 ‘자발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수산물과 임산물 분야에서는 조기자유화 약속을 못지키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수산물과 임산물의 무역자유화는 작년 캐나다 밴쿠버회의에서 합의된 것으로 일본의 주장은 이 합의를 뒤로 되돌리자는 것. 일본뿐만 아니다. 중국과 개최국인 말레이시아도 일본의 자유화 후퇴에 동조하면서 일부부문에서는 한 술 더 떠 ‘전면적인 유보’까지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상황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일본 등 아시아권이 무역자유화 합의를 번복하고 나선 것은 APEC에 대한 ‘깊은 불신’의 표현이다. 즉 ‘지난해 아시아 회원국들이 겪었던 통화위기 때 APEC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불만을 이런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APEC가 무역자유화 등 의무만 부과하고 정작 회원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면 올바른 ‘지역 공동체’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

특히 미국은 작년 일본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구상을 무산시켜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마저 깬’ 전력까지 있어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이번 회의는 21세기 APEC의 진로문제와 직결돼 있다. 즉 회의의 논점은 작게는 APEC 구조조정 문제이며 크게는 21세기를 앞둔 동남아 경제질서 재구축 문제인 셈.

미국의 발언권이 위축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여기에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이라크 사태를 이유로 14일 APEC불참을 선언, 이번 회의는 더욱 맥빠진 모습을 보일 전망. 주최국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는 “클린턴의 방문취소로 미국 대표단의 입지가 약화돼 무역자유화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갈등요소에도 불구하고 협상실무자들은 합의가 가능한 분야에서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박성훈(朴成勳)고려대교수는 말했다. 회원국들은 우선 경제회복을 위해 금리인하 재정확대 감세 내수진작 등 부양책을 함께 펴자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선 비록 헤지펀드 규제에는 미국의 반대로 합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AMF창설, 지역의 유동성 감시체제 구축, 국제통화기금(IMF)개편 등과 관련해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

전자상거래 활성화, 밀레니엄버그 대책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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