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현대-삼성 경고]『남북경협 「거품」 빼라』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정부가 12일 현대와 삼성의 대북사업 추진방식을 문제삼아 경고장을 보낸 것은 기업차원의 남북경협이 과열로 치닫는 것을 막고 질서를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부 기업의 대북사업이 합리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채 지나치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들은 많았다.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의 북한 석유개발구상은 대표적인 예다. 원유매장 가능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확신 없이 발표된 이 사업은 ‘한 건(件)주의 성격이 짙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3일 국무회의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시작됐으나 환상이나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통일부가 대북사업을 현대에만 맡기지 말고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장악해 실수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북사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려던 차에 이번에는 삼성이 정부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북한에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 전자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로서도 어떤 형태로든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삼성의 구상은 정부는 물론 북한과도 전혀 협의가 안된 것”이라며 “이는 한 건 터뜨리고 보자는 발상일 뿐 북한과의 경협협상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경고조치로 앞으로 기업들은 대북투자와 진출사업을 추진하면서 완급을 조절해 지금보다는 더 차분하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정세현(丁世鉉)차관은 이로 인한 경협위축을 우려한 듯 “경협 활성화와 과열은 다른 것”이라면서도 “두 기업을 경고한 것이 남북경협을 얼어붙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한보사태가 터졌을 때 한보가 북한의 황해제철에 투자하려는 계획에 대해 경고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기업들의 대북진출에 대해 몇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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