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만학도 김장홍씨, 司試도전 15년만에 합격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공부하다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마세요.”

평소 이 말을 무수히 들어왔던 김장홍(金長洪·44·경기 시흥시 미산동)씨의 부인 이봉숙(李奉淑·39)씨는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6일 ‘정말 마음껏’ 울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감격에 겨운 울음이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해 공장생활을 전전하다 83년 중앙대에 수석입학했던 만학도 김씨. 그가 이번에는 대학졸업후 11년만에 사시 2차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이제야 작은 효도를 한 것 같습니다.”

충남 예산의 농촌에서 태어난 김씨는 초등학교를 1등으로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씨앗을 삶아먹을 정도로’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는 학업을 잇기 어려웠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뒤 식당 심부름꾼에서 시작, 신발공장공원 술집웨이터 선반공 등 수십군데를 전전하면서도 배움의 뜻을 버리지 않고 주경야독으로 틈틈이 공부를 해왔다.

그가 검정고시를 거쳐 83년 중앙대 법학과에 인문계수석으로 입학했을 때는 이미 28세였다.

공장에서 알게 된 부인 이씨와 대학2학년 때 신혼살림을 꾸리고 고시준비를 시작했지만 성장기의 열악했던 영양상태로 건강이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없어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과 김씨를 뒷바라지하며 가정을 꾸려간 것은 부인 이씨의 몫이었지만 남편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대학시절 함께 고시공부를 하다 법무사로 사회에 먼저 진출한 대학선배 박모씨(40)의 도움과 격려도 각별했다. “아직 3차면접고사를 남기고 있지만 최종합격이 되면 이제는 남들을 돕고 살겠다”고 김씨는 조심스레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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