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학원설립 및 운영법」 위헌 제청

입력 1998-11-10 22:09수정 2009-09-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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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불법과외 단속의 근거인 ‘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지법 형사1단독 김창석(金昌錫·42)판사는 10일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이 법률 3조와 22조1항1호는 원칙적으로 모든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교습등 예외적인 경우만 적법한 것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헌법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직업선택의 자유△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등을 보장한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지 판단해야 할것”고 밝혔다.

김판사는 또 문제의 법률이 ‘모든 자유와 권리를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해선 안된다’는 정신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판사는 “이 법률대로 라면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이웃집 가정주부가 개인지도하는 것도 모두 범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공교육 뿐만아니라 사교육도 장려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모든 과외교습을 금지하는 것은 사교육에 대한 ‘압제자’가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김판사는 이어 “비난의 여지가 없거나 바람직한 과외교습행위까지도 범죄로 취급한 것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결국 사교육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해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김판사는 또 “이 법률은 국제적으로 무한 경쟁의 시대에 국민의 능력을 계발함에 있어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며 문화국가의 이념에도 배치된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판사는 H교육 대표 이모(37)씨가 지난해 PC통신을 통해 과외교습을 하고 고용한 지도교사가 학생회원 9명을 주1회 방문지도하게 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을 심리하다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현행 ‘학원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모든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3조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한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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