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대중화,미국서도 10년은 걸릴것』

  • 입력 1998년 11월 8일 18시 17분


미국내 공중파 TV방송국 중 50개가 어린이용 영화 ‘101마리의 강아지’를 고화질 디지털화상으로 방송한 1일 미 언론들은 일제히 디지털TV 시대의 개막을 축하했다. 그러나 성공적 시험방송에도 불구하고 “디지털TV는 아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격적인 대중화시대가 열리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날 디지털 TV개막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잘 닦인 창문 밖의 경치를 보는 것 같다” “콘서트홀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다”는 찬사를 받긴 했지만 대당 7천달러(약 9백만원)나 하는 TV 수신기를 구비한 가정이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컨버터(변환기)를 설치하면 기존 TV로도 시청할 수 있지만 컨버터 가격만도 개당 1천5백달러. 이 경우에도 화질이 기존 아날로그 TV보다 크게 나을 게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개발추세로 봐 디지털TV 수신기 가격이 대당 7천달러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TV방송 시청률의 70%를 점하는 케이블TV 방송국이 아직 디지털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디지털TV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 법률은 2003년부터 모든 상업 TV방송국들이 디지털로 만든 프로그램을 방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이 문제는 5년내에 해결될 전망이다.

그래도 문제는 시청자가 몇천달러나 하는 디지털 수신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시대 개막을 알리는 이날 수백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눈앞에 그리며 미소지은 가전업계가 ‘김칫국을 마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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