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사실상 「모라토리엄」상태…기업 채무불이행 시작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인도네시아의 경제 위기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 민간기업의 대외채무 불이행이 시작됐다. 물가폭등과 실업자 급증으로 일부 지방에서는 소요가 일고 있다. 라디우스 프라위로 대통령 재정고문은 최근 “민간기업의 외채 지불능력이 전혀 없다”며 원금과 이자의 상환유예를 요청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간부문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 직전이다. ▼모라토리엄 가능성〓지난해 연말 무하마드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외채액은 1천1백73억달러. 이중 정부채무는 5백23억달러. 민간기업의 대외채무는 6백50억달러로 대부분 단기외채.정부채의 경우 현재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가 2백14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국가 모라토리엄선언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경우 당장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는 상황. 인도네시아정부는 최근 민간은행의 예금 및 채무지급을 보증하는 금융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외채차입이 거의 은행을 통해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 기업은 직접 외화를 들여온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인도네시아정부가 은행의 채무지급을 보증했더라도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발을 뺀 셈이다. 7개월 동안 루피아화의 가치가 80%나 폭락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주요 기업 2백28개는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위기에 처해 있는 형편. 인도네시아를 ‘사실상 모라토리엄’상태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데까지 간’ 민간기업을 디폴트(채무불이행)상태로 몰아가기보다는 차라리 모라토리엄협상을 벌이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모라토리엄 설이 나돌면서 루피아화가 급등한 것이나 일본 대장성이 조심스럽게 민간기업의 모라토리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그런 이유다. 대외경제연구소 동남아담당 원용걸(元容杰)박사는 “민간 부문만 떼어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해도 이는 결국 ‘국가 모라토리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회혼란〓루피아화의 급락으로 생필품을 비롯, 모든 물가가 폭등함에따라 곳곳에서 물가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자바와 셀레베스섬 일대에서는 2천여명의 주민들이 생필품가게와 지역상권을 쥐고 있는 화교상점을 습격, 물건을 약탈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경찰은 폭력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북부 해안지역 1백㎞에 병력을 배치, 폭동이 타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폭동과 소요의 위험은 커지고 있는데 서방측에선 이 경우 수하르토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와의 관계 및 현지 분위기〓현재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에 물려있는 돈은 약 65억달러. 국내 은행과 종금사가 49억6천만달러(지난해 3월말 현재)이며 기업의 현지 투자자금은 14억4천9백만달러(지난해 11월말 현재)에 이른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투자액까지 감안하면 실제 액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97년 33억달러에 이르렀던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특히 건설업체들은 규모를 대폭 축소했으며 가전업체는 생산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생산중단 또는 감산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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