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산불연무-이상가뭄 시련 계속

입력 1997-09-29 20:43수정 2009-09-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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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위기, 산불연무(煙霧)피해확산, 엘니뇨현상에 따른 가뭄, 이로 인한 곡물생산감소, 말라카해협의 선박충돌사고…. 지금 동남아는 악몽의 연속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가루다항공기 추락사고와 지진까지 겹쳤다. 가공할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뒤섞이며 이 지역을 연타하고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의 시초는 7월초 태국이 바트화의 환율을 시장수급에 따른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부터. 경쟁력약화와 무역수지악화에도 불구하고 고평가된 환율을 유지해오던 태국이 결국은 시장의 압력에 굴복, 자국화폐의 대폭적 평가절하를 단행했던 것. 태국의 화폐가치가 급전직하로 떨어지면서 인근 동남아 국가들의 화폐도 강력한 평가절하압력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링깃화) 필리핀(페소화) 인도네시아(루피화) 싱가포르(달러) 등도 화폐가치를 상응하게 재조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남아 국가들은 통화가치폭락에 따른 신용도하락과 외국투자의 감소로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산불 연무는 통화위기를 겪은 이들 국가의 하늘을 또다시 검게 뒤덮었다. 이들 국가는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됐고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연무에 따라 19일부터 10일간 계속된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주의 비상사태는 28일 내린 폭우로 해제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산불은 적어도 수개월 동안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엘니뇨현상에 따른 50년내 최악의 가뭄은 곡물을 고사(枯死)시켜 이 지역 국가들에 엄청난 수확량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불 연무로 일부 공항이 폐쇄됐던 인도네시아에서는 급기야 26일 2백34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말라카해협도 짙은 연기로 시계가 불량해 26일 화물선이 유조선과 충돌, 29명이 실종되는 등 선박충돌 사고가 잇따랐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 동쪽 셀레베스섬에서는 리히터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 1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산불진화를 위해 요원을 파견하는 등 공동노력을 해오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야당과 시민단체는 연무피해 보상문제를 제기, 인도네시아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동남아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8월로 창립30주년을 맞았다. 그들은 21세기를 향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그들이 중대한 시련을 맞았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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