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本報 내각제 파일보도」 당혹

  • 입력 1997년 9월 26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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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아침,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일산 자택에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와 정동영(鄭東泳)대변인 외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한광옥(韓光玉)부총재와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까지 들러 김총재의 심기(心氣)를 파악하는 등 심각한 분위기였다. 박특보는 이에 대해 『김총재가 27일부터 시작하는 지방 TV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장기간 당을 비우기 때문에 야권후보단일화협상을 맡고 있는 한부총재와 국회 대정부질문 의원을 선정하는 박총무가 보고를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일 뿐』이라고 연막을 피웠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두 사람은 내부문건 유출경위를 해명하고 김총재의 심기를 알아보기 위해 일산자택을 찾아갔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단일화 협상과정이 (우리 문건에 의해) 드러나면 자민련이 화를 낼 수도 있다』며 『이러다가 잘 나가고 있는 DJP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오후에는 박총무와 한부총재가 잇따라 기자실을 찾아와 문건유출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려고 애썼다. 박총무는 『권력구조소위의 위원장인 나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문건』이라고 밝힌 뒤 『프랑스식이든 핀란드식이든 외국의 내각제를 국내 실정을 고려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며 보고서 내용과 작성자를 모두 비난했다. 한부총재도 『당내 전문위원이 개인 자격으로 여러가지 안을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협상파트너인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가 오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자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한부총재는 지금까지 협상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자민련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언론에 흘려왔다』며 『이 기회에 우리의 「카드」를 공식화하는 것도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과는 달리 이날 김총재는 문건유출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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