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문인들 『선배님들,글도 많이 늙으셨군요』

입력 1997-09-19 07:53수정 2009-09-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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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선배문인에게 주는 「고언(苦言)」 두 편이 문단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계간 「문학정신」 가을호에 게재된 「두 중견의 반시대적 고찰」은 30대 평론가 장은수씨가 중견작가 윤후명의 「여우사냥」과 김원우의 「산비탈에서 사랑을」을 비판한 글. 장씨는 『두 작품이 젊은 소설가들에게서 보기 힘든 소설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 완성도라는 것이 시대정신과 맞물리지 않아 괴롭다』고 운을 뗐다. 장씨는 주인공이 영원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곧잘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의 이국을 여행하는 윤후명 소설에 대해 『이국풍경이 실제로 일상 밖에 있었던 지난 시절에는 무한한 충격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해마다 몇백만명씩 외국여행을 즐기는 요즘에는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우의 「산비탈에서 사랑을」에 대해서는 작가가 사랑상실의 시대에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미혼남과 이혼녀의 사랑을 다뤘지만 『총각과 이혼녀의 재혼이 늘어난 요즘 이런 관계설정 자체가 큰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창작과 비평」가을호에서는 리얼리즘계열의 중견시인 이영진씨가 고은 황동규시인의 최근작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이씨는 이들 원로급 시인에 대해 『데뷔한 50년대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내일을 향해 의미있는 고언을 들려주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고은씨의 최근작 「어느 기념비」에 대해서는 『내용에서나 형식에서나 그의 시세계는 크고 넓지만 또 한편으로 부실하고 얕아서 도무지 감동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자아에 대한 집착이 강해 시대와의 거리감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황동규시인의 근작 「외계인」에 대해서는 외계인이라는 낯선 존재까지 끌어들여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려 하지만 그 경이로움은 『지나치다 할 만큼 사소하다』고 비판한다. 「동시대의 아픔과 소통하지 않는 깨달음이기 때문에 사적 체험의 언어에 머물고 만다」는 것이다. 이같은 후배의 선배비판에 대해 문단안에서는 『작품에 대한 오독(誤讀)이다』 『할말을 했다』 등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선배들에 대한 묵인이야말로 사실은 후배들의 냉소요 외면』(이영진씨)이라는 후배들의 「속뜻」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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