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규제완화]생활편의에 밀리는 「녹색 보호막」

입력 1997-09-11 20:09수정 2009-09-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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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그린벨트지역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규제완화 방안은 71년 그린벨트 지정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46차례의 규제완화 중 가장 폭이 크고 파격적이다. 건교부는 이번 그린벨트 제도개선안에 대해 『그린벨트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민의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그린벨트내에 생활 기초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및 조정 불가」라는 원칙은 고수하되 개발제한 구역으로 사유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고있는 주민들의 불편 해소에 주력했다는 얘기다. 규제완화안에는 이번 조치로 그린벨트 훼손과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하기 위해 다소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린벨트 중 생활편익시설 설치가 가능한 그린벨트지역은 약 44만평으로 전국 그린벨트 총면적 16억2천만평의 0.2% 수준. 편익시설이 들어서도록 길은 텄으나 실제 설치 가능한 지역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게 건교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연합모임인 「그린벨트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의 김혜애(金惠愛)간사는 『정부의 발표안은 부동산투기와 그린벨트 난(亂)개발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교부는 이번에 그린벨트내 기존 주택의 증축뿐 아니라 자녀분가용 주택의 독립건축도 허용,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주택 신축까지 사실상 허용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실제 현지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그린벨트지역 원주민들은 20년이상 재산권을 제한받아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한도인 90평까지 증축할 사람이 적다는 것. 따라서 증축은 결국 자금여유가 있는 외지인들이 할 수밖에 없어 투기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엄격한 그린벨트 규제하에서도 지자체에 의한 그린벨트 난개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장에게 그린벨트 개발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더욱 부추길 소지가 있다. 이번 조치로 생활편익시설의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경기 하남 의왕 시흥 과천 의정부 구리 광명 군포시와 부산의 강서구와 기장군, 광주 남구, 대전 동구, 대구 북구 등 13개 시군구. 이들 지역은 그린벨트 일부 개발에 따른 인구유입이 있을 경우 도시의 확대를 막는다는 그린벨트 본래의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거철마다 그린벨트 규제완화가 선심용 단골메뉴로 등장할 경우 그린벨트 정책이 갈수록 기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백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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