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결심공판 연기이유]『혐의 뒤덮을 증거보강차원』

  • 입력 1997년 9월 8일 19시 55분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결심공판은 왜 갑작스럽게 연기됐을까. 검찰과 현철씨 변호인은 공판 하루전인 7일 오전까지만 해도 심우 대표 박태중(朴泰重)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간단히 마친 뒤 검찰 구형과 함께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20쪽에 이르는 논고문 작성을 마쳤으며 변호인도 최후변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검찰과 변호인이 밝힌 결심 연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김성진 전 대신증권 상무의 증인 추가 채택 문제. 검찰은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에게서 현철씨의 돈 50억원을 맡아 관리했던 김전상무의 진술내용을 법원에 추가로 제출했다. 그러나 현철씨의 변호인인 여상규(余尙奎)변호사가 진술내용에 신빙성이 없다며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자 검찰이 김전상무를 증인으로 추가신청하는 바람에 결심이 연기됐다는 것. 그러나 결심연기의 배경에는 검찰보다 현철씨쪽 사정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전상무의 진술은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다 나온 것인데다 재판에 크게 영향을 미칠 내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변호사가 이례적으로 이날 공판 시작 30분전에 나와 피고인 대기실에서 미리 검찰관계자를 만나 무엇인가를 상의한 「정황」도 결심공판 연기가 현철씨쪽의 필요에 의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법원 및 검찰 관계자들은 현철씨쪽이 재판결과에 대해 전보다 더 강한 집착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변호사는 이날 박씨에 대한 신문을 통해 현철씨에게 가장 불리한 진술을 한 이성호씨의 검찰진술과 법정증언 내용을 집중 공격했다. 한 검찰관계자는 『현철씨쪽이 혐의내용중 조세포탈부분은 당연히 무죄고 알선수재 부분도 이씨 진술만 빼고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해 집중공략하는 것 같다』며 『현철씨쪽이 일부 무죄에서 전부 무죄로 전략을 수정해 더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의 변화」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주변에서는 『재판진행이 수사보다 10배는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 관심도 떨어지는데다 검찰 내부와 외부의 사정이 겹쳐 상황이 현철씨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 이밖에도 현직대통령의 아들에게 중형 구형이 불가피하다면 추석을 넘기고 하는 것이 낫다는데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이 맞아 떨어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호갑·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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