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모자란다』…외환보유 5개월만에 첫 감소세

  • 입력 1997년 9월 5일 20시 07분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심화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다섯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적정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3백11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지급불능사태 등에 대비하거나 외환시장이 교란상태에 빠졌을 때 환율 안정을 기하기 위해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백50억∼3백60억달러 정도다. 한은의 외환보유고는 3월말 2백91억5천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4월부터 넉달 연속 증가, 7월말엔 3백36억7천만달러로 불어났다. 그런데 8월 들어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한은이 기아사태로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과 종합금융사에 12억달러를 지원하고 급격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1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외환시장에 공급했기 때문. 외환전문가들은 이달 들어서도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사정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환율 상승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당분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계는 한국계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선언이 나온 뒤에도 외화자금 차입난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좋은 모시중은행이 해외에서 1∼3개월짜리 자금을 빌릴 때 런던은행간금리(LIBOR)에 추가되는 가산금리는 △1월 연 0.18% △2월 0.32% △3월 0.34% △4월 0.35% △5월 0.43% △6월 0.45% △7월 0.49% △8월 0.62%로 계속 상승해왔으며 이달 들어서도 0.63∼0.64%로 지난달보다 높다. 특히 국내은행의 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나선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경우에는 외화자금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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