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주연-조연 희비교차…고개숙이고 고개쳐들고

입력 1997-03-31 09:33수정 2009-09-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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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허엽 기자]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인기를 끌지 못한다. 「청승맞은 주연」이 「튀는 조연」에 치여 눈길도 끌지 못하는 것. 특히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됐던 「거품 스타」의 경우 「주연 전선」에 이상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고개숙인 주인공」은 SBS 「꿈의 궁전」의 김지호, KBS 2TV 「첫사랑」의 이승연. MBC 「별은 내 가슴에」의 차인표도 극이 절반 가깝게 진행됐는데도 「주인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꿈의 궁전」의 김지호는 고아 출신 요리사에서 재벌의 양녀가 되는 현대판 신데렐라 역할. 그러나 어둡고 사연많은 내면을 표현하기에는 연기력이 모자라는 데다 지금까지 CF에서 보여왔던 톡톡 튀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궁상맞은 역할이어서 시청자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김지호 특유의 상큼한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드라마가 종반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 판. 이때문에 푼수끼 있는 레스토랑 주인 이응경과 깔끔한 웨이트리스 역의 김원희가 주연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첫사랑」 이승연의 배역은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첫사랑인 최수종만을 사랑하는 청순가련형의 효경. 예전에 「다이아몬드 레이디」로 세련된 도회풍의 이미지를 쌓은 이승연이 큰 폭의 변신을 꾀한 셈이다. 그러나 청승맞은 효경의 성격은 시청자의 짜증만 일으켰고 덕분에 튀는 조연인 송채환 손현주가 더 돋보이고 있다. 게다가 드라마가 종반으로 갈수록 최수종 배용준의 인간승리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이승연의 비중은 늘어나지 않을 전망. 이때문에 이승연은 최근 「첫사랑」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신세대 취향의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도 주연 차인표와 조연 안재욱의 인기판도가 당초 예상과 달라졌다. 재벌 2세로 나오는 주인공 차인표보다 그의 친구 역할인 안재욱이 반항적 이미지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것. 그러나 드라마의 초점이 차츰 차인표에게로 옮아가고 있어 속단은 이를 것 같다. 이처럼 드라마 주연들이 예상 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연기력의 한계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지호와 이승연은 이번 드라마로 연기폭을 넓히려고 했으나 기대에 못미쳤고, 차인표는 이전 출세작 「사랑을 그대 품안에」보다 더 확실한 개성을 보여주어야 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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