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벌, 산업구조 조정 『동상이몽』

  • 입력 1997년 3월 25일 19시 59분


[임규진·박현진·이용재기자] 『산업구조조정은 꼭 필요합니다.우리가 제시하는 방식으로 하면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겁니다』 姜慶植(강경식)경제부총리가 경제난 해결책으로 「구조조정」을 제시하자 재벌그룹들이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조정론을 주장, 산업정책만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궤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강부총리의 구조조정론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신유통 등 새로운 미래산업을 육성하자는 것. 특히 미래산업을 주도해나갈 기업들은 재벌이 아닌 첨단중소기업이 돼야 한다는게 강부총리의 지론이다. 그러나 재계의 구조조정론은 기존산업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미래산업도 독차지,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겠다는 것.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식이다. 현대그룹은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외친다. 고로분야에서 포철독점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체제를 확립하자는게 현대의 구조조정론. 자신의 고로분야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그룹은 자동차업계의 활발한 합병인수(M&A)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삼성자동차를 의식한 구조조정론인 셈이다. 삼성은 이와함께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통산업에도 대대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대우그룹은 자동차부문에 그룹역량을 집중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생산라인은 그대로 유지하고 해외부문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섬유와 소형가전사업은 이미 정리했다는게 대우측의 주장. 하지만 유통산업에 진출, 미래형 산업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입장. LG그룹은 개인휴대통신(PCS) 미래형 통신사업에 주력하고 멀티미디어 신유통 생명공학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참여할 계획이고 자동차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선경그룹은 섬유와 유화는 고부가가치로 유도하고 SK텔레콤 출범을 계기로 정보통신산업에 집중한다는 전략. 전국적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광대역PCS, 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사업에다가 미디어산업까지 하겠다는게 선경의 구조조정이다. 반면에 기아그룹은 자동차전문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부실한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미래산업은 첨단중소기업에 맡기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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