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열차-버스 충돌사고 스케치]한마을 8명 사망

입력 1997-03-24 20:12수정 2009-09-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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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철도건널목 충돌사고는 철도건널목앞 일단정지라는 기본적인 수칙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어이없는 사고였다. ○…사고가 일어난 철도건널목은 간수와 차단기가 없이 경보등만 설치된 제2종 건널목이지만 커브길이 아닌데다 시야를 가릴만한 장애물이 없어 운전자만 주의했더라면 사고 가능성은 적은 곳이었다. 경상을 입은 버스운전사는 『건널목을 절반쯤 지날 때에야 기차가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운전사의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건널목 안전시설 부족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순천지방철도청 관내 4백78곳의 건널목 중 간수나 자동차단기가 설치된 1종 건널목은 55%인 2백62곳으로 나머지 2,3종 건널목 2백16곳은 경보등만 있거나 아무 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지난 한햇동안 관내에서 발생한 47건의 건널목 사고(사망 14, 부상 22명)중 2,3종 건널목에서 발생한 사고가 70%에 이르러 건널목 안전시설설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전주 최씨 집성촌으로 남원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인 인화마을(80여가구)로 사망자 16명중 8명이 이 동네 주민이었다. 이 마을은 버스출발지에 있어 버스에 탄 주민들이 뒷자리에 앉았다 변을 당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이날 남원 5일장에 손수 가꾼 고추나 채소 등을 내다 팔아 생필품을 사러 가던 중이었다. 숨진 이동순씨(59·여)는 강원도에서 군복무중 첫 휴가를 나오는 외아들(22)의 음식장만을 위해 장을 보러 가다 변을 당했고 이씨의 시숙모인 형양례씨(78·여)는 광주에서 생활하다 손자들에게 줄 용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러 왔다 사고를 당했다. 또 유임례씨(49·여)는 오는 29일 결혼하는 장녀(23)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남원시내로 나오다 변을 당했다. 마을 이장 崔光鎬(최광호·49)씨는 『6.25때 마을인근에 빨치산이 그렇게 설쳐댔는데도 이번처럼 주민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적은 없었다』며 넋을 잃었다. 〈남원〓김광오·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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